[기고] 한·멕시코, 환태평양 시대의 핵심 동반자
연초부터 한국의 안보와 경제는 북한의 핵, 미사일 도발과 지속되는 글로벌 경제 침체로 큰 도전을 받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올해 첫 정상 순방외교는 워싱턴DC 핵안보정상회의를 계기로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국제사회 의지를 결집하고,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의 일원이면서 중남미의 블루오션으로 부상하고 있는 멕시코와의 경제·안보 파트너십 강화에 초점을 두었다.

멕시코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외에도 세계 45개국과 자유무역협정(FTA) 네트워크를 구축한 거대시장이다. 한국 기업들은 북미 및 중남미 시장 진출의 교두보로 일찍부터 멕시코에 주목해왔다. 멕시코는 2012년 말 엔리케 페냐 니에토 대통령 취임 이래 국가경쟁력 제고를 위한 규제개혁과 투자유치 정책으로 크게 주목받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미주의 생산기지’로서 역동적 이미지를 각인시키고 있는 멕시코를 ‘아즈텍 호랑이’로 지칭하기도 했다.

이번 멕시코 방문은 한국의 ‘환태평양 경제외교 띠’를 완성시켰다는 데에 의미가 있다. 작년 4월 박 대통령의 콜롬비아, 페루, 칠레 등 남미의 주요 태평양국가 순방에 이어 대(對)중남미 경제협력 증진을 위한 한국 정부의 의지를 반영하는 것이다.

이번 방문을 통해 전자상거래, 보건의료, 교통인프라, 금융, 치안, 문화창조산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34개의 양해각서(MOU)가 체결돼 양국 간 사상 최대의 경제협력 관계를 구축하는 성과를 거뒀다. 이번 순방에는 95개 중견·중소기업을 포함해 144개 기업으로 구성된 경제사절단이 동행, 비즈니스 포럼 및 1 대 1 기업 상담회 등을 통해서 멕시코 등 미주시장 진출을 모색했다. 한·멕시코 FTA 실무협의의 연내 개시에 합의함으로써 지난 8년간 중단됐던 한·멕시코 FTA의 돌파구도 마련했다.

북핵 및 북한 문제를 다루는 데서도 성과를 거뒀다. 멕시코는 주요 20개국(G20) 회원국이자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동반자로서 한국 글로벌 네트워크 외교의 핵심 파트너다.

또 호주, 터키, 인도네시아와 함께 2013년 출범한 중견국 5개국 협의체 믹타(MIKTA)를 한국과 함께 창설했고, 2014년 4월 북한의 핵실험 위협을 경고하는 믹타 성명과 올 1월 북한의 핵실험에 따른 믹타의 규탄성명을 주도했다. 멕시코는 중남미 비핵지대조약 창설 등 핵 비확산 분야에서 리더십을 발휘하고 있으며, 중남미 최대 정치안보협의기구인 미주기구(OAS) 주도국이다. 또 2014년 7월부터 UN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 대상 선박인 북한 무두봉호를 계속 동결하는 등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이행에도 솔선수범하고 있다.

이번 방문은 멕시코와의 인적·문화교류 측면에서도 중요한 이정표가 됐다. 1905년 유카탄 반도의 에네켄 농장에 1000여명의 한인 이민자가 정착하면서 시작된 멕시코와의 만남은 1962년 수교로 연결됐다. 이민 100주년인 2005년 중남미 국가 중 최초로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했고, 3년 전 양국 신정부가 동시 출범하면서 비약적 발전을 이루고 있다. 멕시코는 2000년대 초 중남미 한류 열기 확산의 시발점이 된 곳으로, 14만명에 이르는 한류 팬이 인적·문화 교류의 가교가 되고 있다. 이번에 K팝 공연을 비롯한 다채로운 문화행사가 개최돼 미래세대의 교류 확대에 중요한 모멘텀을 제공했다.

멕시코의 대문호 옥타비오 파스는 대표적인 시 ‘태양의 돌’에서 ‘두 사람이 마주보고 서로를 알아보면 세상이 바뀐다’고 했다. 박 대통령이 정상회담 모두(冒頭)에 양국은 의기가 잘 투합하는 동반자라고 강조했듯이 이번 멕시코 방문은 양국이 지리적 제약을 넘어 번영의 미래를 함께 열어갈 ‘아미고(Amigo·친구)’로서 신뢰를 한층 높인 여정이었다.

윤병세 < 외교부 장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