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수돗물 마시지 않는 공무원들
6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공무원들이 사무실에 설치된 생수 보급기에서 틈틈이 목을 축이고 있었다. 복도에는 생수 보급기에 넣는 생수통이 여기저기 쌓여 있었다. 생수 보급기 대신 정수기를 사용하고 있는 사무실도 있었다. 수돗물을 직접 마실 수 있는 음수대는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정부 조사에 따르면 수돗물을 별도 정수 과정 없이 직접 마시는 국민들은 열 명 중 한 명꼴에도 못 미친다. 대부분 수돗물을 끓여 먹거나 정수한 물 또는 생수를 사다 먹는다. ‘상수도관 노후화에 따른 녹물’과 ‘상수원 오염에 대한 우려’가 수돗물 불신의 배경으로 꼽힌다.

하지만 이는 오해라는 게 정부와 서울시 등 각 지방자치단체의 설명이다. 서울 수돗물인 아리수의 L당 미네랄(무기영양소) 함유량은 35.0㎎으로, 가정에서 주로 사용하는 정수기(3.7㎎)보다 10배 가까이 많은 것(2015년 서울시 수돗물 품질조사)으로 나타났다. 아리수에 포함된 염소(소독물질)의 양도 일반 생수와 비교해 차이가 없었다. 서울의 노후 상수도관 1만3697㎞ 중 지난해까지 전체의 97%인 1만3292㎞가 정비됐다. 낡은 상수도관 때문에 녹물이 나오는 일은 거의 없다는 의미다. 국민들의 지나친 ‘수돗물 불신’으로 버려지는 수돗물과 생수를 구입하는 데 소모되는 사회적 비용만 연간 2조2500억원에 이른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정부와 각 지자체는 수돗물을 그대로 먹어도 된다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정작 정부청사에선 수돗물 음수대를 찾아볼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지난해 8월 시민단체인 수돗물시민네트워크가 조사한 결과 정부청사뿐 아니라 국회 헌법재판소 대법원 등 주요 정부기관들은 청사 내 수돗물 음용시설을 한 대도 갖추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들에게 ‘수돗물은 안전하니 마셔도 된다’고 강조하기에 앞서 정부기관이 앞장서 수돗물을 마시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순리가 아닐까. 서울시는 시 공무원부터 수돗물 음용에 앞장서겠다며 2013년 시 본청에 61개의 수돗물 음수대를 설치했다. 수돗물 홍보를 하기에 앞서 정부가 먼저 배워야 하는 대목이다.

강경민 지식사회부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