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세미나에 입법·행정·사법부 모두 참여

자율주행차 상용화에 속도가 붙으면서 윤리적 이슈가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자율주행차가 그대로 달리면 행인을 치고, 핸들을 꺾으면 벽에 부딪혀 운전자가 사망할 때 등 윤리적 딜레마에 맞닥뜨렸을 때 어떤 기준을 프로그래밍할지, 법적·금전적으로 누가 책임질지 등에 관한 문제이다.

국토교통부는 7일 오후 2시 서울상공회의소에서 입법·행정·사법부 구성원이 모두 참여한 가운데 '자율주행차 윤리세미나'를 개최한다고 6일 밝혔다.

이중기 홍익대학교 법과대학장 겸 로봇윤리와 법제연구센터 소장은 발제문을 통해 "자율주행차는 운행의 목적상 부분적으로 자율적 주체성을 인정할 수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운행과 관련된 윤리적 문제는 로봇이 아닌 인간의 문제"라고 밝혔다.

인공지능이 객관적으로 주어진 데이터와 자료를 처리하고 해석해 정보를 생성하고 정보의 소통맥락에 따른 다양한 사회적 의미를 인식할 수 있다면 도덕적 주체가 될 수 있지만 현재 수준에서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자율주행차 운행과 관련된 윤리적 문제는 인간에 대해 인간이 어떻게 자율주행차를 설계, 제조, 사용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를 다루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그는 자율주행차의 알고리즘에 ▲ 동기를 중시하는 의무론적 윤리설 ▲ 결과를 중시하는 공리주의 윤리설 ▲ 행위자의 통찰력을 중시하는 플라톤의 윤리설을 적용했을 때 부작용을 각각 지적했다.

만약 자동차 충돌사고로 운전자의 사망과 행인의 사망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경우 의무론적 윤리설에 따라 프로그래밍하면 어느 쪽으로도 '도덕적 의무'를 위반하는 게 되기 때문에 답을 찾을 수 없게 된다.

자율주행차에 결과론적 윤리설을 프로그래밍하면 운전자 1명의 사망과 행인 5명의 사망 중 선택하라 하면 운전자 1명의 사망을 선택한다.

이는 자동차 제작사에 대한 소송으로 이어질 수 있다.

행위자의 통찰력을 중시하는 윤리설을 자율주행차에 적용하려면 침착함, 절제, 평안함 같은 덕목을 프로그래밍해야 하는데, 이 자체가 힘들다.

이 교수는 "자율주행차가 윤리적 판단을 내려할 경우 다양한 견해가 제시될 수 있고 해답은 하나 이상이 존재하거나 상대적일 수 있다"며 "결국 제조자가 구체적 문제에 대해 사회 구성원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다양한 해결책 중 어느 것을 선택할지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자율주행차의 운행에 따른 경제적 이익뿐만 아니라 그것이 야기할 잠재적 위험에 대해 반드시 사회적 논의를 거쳐야 한다는 입장이다.

예외적 상황에 대한 윤리적 타당성을 사전에 검토하고, 예상할 수 있는 피해에 대한 제작사와 운행자의 공동기금 조성, 위험사고에 대한 책임을 확보할 수 있는 법률적 해결방식 정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지금까지 자동차 사고의 90%는 운전자의 운행과실에 원인이 있었지만 자율주행차가 활성화되면 제조자와 도로환경이 주된 원인이 될 것"이라며 "책임보험의 역할이 크게 줄고 자동차 제작사는 물론 도로관리자, 교통신호 관리자의 책임이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교수는 교통사고특례법,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 제조물책임법, 보험법, 자동차관리법, 도로교통법, 도로법, 통신비밀보호법 등 자율주행차 운행과 관련한 각종 법률을 정비하고 필요하다면 특별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번 세미나에는 서울서부지법 남현 판사와 국회 입법사무처 박준환 사무관, 국토부·도로교통공단·한국전자통신연구원 관계자 등이 참석할 예정이다.

(서울연합뉴스) 성혜미 기자 noano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