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X역 충청권에 이미 4개, 기존 역 활성화엔 도움안돼
세종과 대전, 충남·북 광역단체 셈법 엇갈려


4·13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지역발전 공약으로 제시한 'KTX 세종역'이 충청권 표심에 어떻게 작용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6일 더민주당 홈페이지에 올려진 총선 공약집을 보면 지역발전 공약 중 하나로 KTX 세종역 신설을 제시했다.

KTX 호남선이 지나는 세종시 금남면에 세종역을 만들면 10분 안팎에 신도심에 접근할 수 있다는 논리다.

KTX 세종역 신설 공약은 더민주를 탈당한 이해찬 의원의 공약이기도 하다.

이 의원은 "장기적으로 신도시권에서 50만명과 대전의 유성·대덕구에서 50만명 등 모두 100만명의 수요가 예측된다"며 "세종 북부권은 충북 오송역, 남부권과 대전 북부권은 세종역을 이용하면 타당성이 충분하다"고 말했다.

이런 장밋빛 전망과 달리 세종역 공약은 범 충청권에서는 셈법이 엇갈린다.

세종시 안착에는 도움될지 모르지만 대전, 충남, 충북 등 충청권 3개 광역도시 KTX역 활성화와는 거리가 있다.

이 때문에 인구 20만명에 불과한 세종시 공략에는 적절할지 모르지만 나머지 500만명에 이르는 범 충청권 표심에는 도움이 안 된다는 의견이 없진 않다.

세종시 주변에는 이미 북쪽 오송역, 서쪽 공주역, 남쪽 대전·서대전역 등 KTX역 4개가 운영 중이다.

세종역까지 생기면 충청권에만 KTX역이 5개가 된다.

세종역 예정지는 오송역과 20km, 공주역과는 25km 정도 떨어진 지리적으로 가까운 곳이다.

세종역이 들어서면 현재 세종시 관문 역할을 하는 충북 오송역은 직격탄을 맞는다.

충북지역 더민주 정치인들이 앞장서서 중앙당의 지역공약인 'KTX 세종역 신설'을 반대하는 이유가 어쩌면 당연하다.

충남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지난해 호남선 KTX 개통으로 문을 연 공주역은 1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황량한 분위기다.

충남도 한 공무원은 "오송역과 공주역이 있는 상황에서 그 사이에 세종역이 생긴다면 이건 KTX가 아니라 비둘기호가 된다"며 "역간 거리가 최소한 40km는 되어야 시속 300km를 낼 수 있는데 세종역이 신설되면 너무 자주 정차해야 한다"고 부정적 입장을 내비쳤다.

대전 여론도 호남선 KTX 개통 이후 위축된 서대전역 근거리에 KTX역이 신설되면 이용자가 분산된다는 측면에서 그리 좋진 않다.

일부에서는 표를 의식한 실현 불가능한 공약이라는 지적도 없지 않다.

세종시에 출마한 구성모 국민의당 후보는 TV 토론회에서 "이해찬 의원은 불과 몇년 전만 해도 주민들을 혼내며 세종역 신설을 반대하더니 지금 와서 왜 생각을 바꾸셨느냐"며 "수서발 KTX가 충북 오송역을 분기점으로 하는데 그걸 바꾸려고 하시는 거냐"고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대전연합뉴스) 양영석 기자 young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