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3 총선의 승패는 일차적으로 어느 당이 과반 의석을 차지하느냐에 달려 있다. 하지만 같은 과반이라도 제1당이 얼마나 압도적인 의석을 차지하느냐에 따라 총선 이후 정국 운영은 달라진다. 원내 교섭단체를 구성하는 정당이 둘이 되느냐, 셋이 되느냐도 정국 흐름의 변수가 될 수 있다. 정치권에선 의석수를 기준으로 180, 151, 120, 107, 101, 20 등을 총선 판세와 총선 이후 정국을 좌우할 상징적인 숫자로 보고 있다.

새누리당이 중요하게 보고 있는 숫자는 151과 180이다. 151은 전체 국회의원 300명의 과반수다. 과반 의석은 집권 여당이 국회를 주도적으로 이끌어가며 정부에 힘을 실어줄 수 있는 최소한의 토대다.

정치권에선 새누리당이 과반 의석을 얻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최근 새누리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 여론조사에서 최악의 경우 130석에 그칠 가능성도 있다는 결과가 나와 당 내부에 위기감이 생겨나고 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5일 대전 유세에서 “새누리당이 밉다고 투표를 안 하면 과반이 안 된다. 박근혜 정부가 식물정부가 된다”며 지지를 호소했다.

180은 국회선진화법이 생기면서 과반 의석 이상으로 중요해진 숫자다. 19대 국회 들어 시행된 국회선진화법은 국회의장의 법안 직권상정을 엄격히 제한하되 심사가 지연되는 법안은 ‘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해 처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하기 위해선 재적의원 60%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결국 여당이 야당의 반대를 넘어 원하는 법안을 처리하기 위해선 과반 의석만으로는 부족하고 전체의 60%, 즉 180석 이상을 확보해야 한다. 야권이 분열하면서 애초 새누리당은 180석을 목표로 내세웠지만 공천 과정에서 고조된 친박(친박근혜)·비박(비박근혜) 간 계파 갈등의 여파로 당 지지율이 낮아져 180석은 어려워진 분위기다.

야당에 의미 있는 숫자는 107, 101, 20이다. 107은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지난달 “미달하면 당을 떠나겠다”며 제시한 목표 의석수다. 현재 더민주 의석수(102석)와 비슷한 수준으로 총선 이후 김 대표의 거취를 좌우할 기준선이다. 더민주 일각에선 목표를 너무 낮게 잡았다는 비판도 나온다. 19대 총선(127석)과 비슷한 120~130석은 얻어야 한다는 것이다.

101은 개헌저지선이다. 헌법을 개정하려면 국회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따라서 어느 한 당이 101석 이상을 갖고 있으면 개헌을 저지할 수 있다. 지난해 말 야당이 분당 사태를 겪으면서 위기를 맞았을 땐 이번 총선에서 새누리당이 최대 200석을 얻어 야당의 개헌저지선마저 무너뜨릴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20은 교섭단체를 구성할 수 있는 의석수다. 교섭단체가 되면 국회의장과 국회 일정을 협의하고 각 상임위원회에 간사를 두는 등 발언권을 높일 수 있다. 안철수 국민의당 상임 공동대표는 4일 한국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최소 20석, 최대 40석이 목표”라고 말했다. 교섭단체 구성을 1차 목표로 삼고 있다는 얘기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