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일화 압박 뒤로 하고 새누리당 겨냥 '경제심판론' 강조
여야 일대일 구도 부각…호남에 "전국싸움 힘 실어달라" 호소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대표는 4일 새누리당과 더민주 후보가 박빙의 판세를 보이는 수도권 지역들을 돌며 표심잡기에 집중했다.

특히 김 대표는 후보연대가 사실상 어려워졌다는 판단 아래 그동안 계속했던 국민의당을 향한 공세를 삼가는 대신, 여당의 경제실정을 비판하는 경제심판론을 다시 꺼내들어 '새누리 대 더민주'의 일대일 구도를 부각시키는 데 주력했다.

김 대표는 서울 광진구갑 전혜숙 후보 사무실을 찾아 사전투표 독려 캠페인을 벌이고 현장 선거대책위 회의를 주재했다.

이 자리에서 김 대표는 "이번 총선은 8년간의 새누리당 경제정책을 심판하는 선거"라면서 경제심판론을 전면에 내세웠다.

비례대표 9번으로 추천된 제윤경 주빌리은행 대표는 이 자리에서 "박근혜정부는 대선 때 320만명의 채무자를 구제한다고 약속하더니 뒤집었다.

더민주는 100만명 이상의 채무자의 빚을 탕감해주겠다"고 약속하는 등 이날 메시지는 경제정책에 집중됐다.

주빌리은행은 부실채권 매입으로 빚탕감 및 조정을 돕는 비영리 시민단체다.

전날까지도 넘쳤던 국민의당을 향한 공격은 현저하게 줄어들었다.

이근식 선대위 부위원장은 "호남을 특정 세력만 대변하는 지역으로 추락시켜선 안된다"고 하고, 전혜숙 후보는 "새누리당의 승리구도로 가는 것이 국민의당 정체성인가"라고 지적하기도 했지만, 지도부 차원의 '작심공세'는 별로 없었다.

야권연대가 사실상 실현 불가능해진 상황에서 국민의당을 공격해 제3당의 존재감을 키워주기 보다는 새누리당에 공세를 집중시켜 '전국싸움'에서 여당과 일대일 구도를 부각시키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정장선 총선기획단장은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 "더 이상 단일화 문제는 언급하지 않을 생각"이라며 "계속 단일화에 매달리는 것은 여당의 경제실패를 냉엄하게 평가해야 한다는 선거의 본질을 흐리는 일"이라고 말했다.

더민주는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텃밭 호남의 민심을 돌리기 위해서라도 여야 일대일 구도를 부각시키는 것이 유효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더민주 관계자는 "호남 민심이 생각보다 차갑다"며 "전통적인 야당의 선거전략은 호남에서부터 지지자들을 결집시켜 수도권에서 바람몰이를 하는 방식이지만, 이번에는 여건이 받쳐주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대신 수도권에서 여당에 맞서 혈투를 벌이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호남 유권자들에게도 제 1야당에 힘을 실어달라고 '읍소'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덧붙였다.

이런 전략은 김 대표의 이날 유세일정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김 대표는 이날 수도권 지역 가운데서도 더민주 입장에서 '경합'으로 판단하는 지역을 골라 지원사격을 집중했다.

당 관계자는 "당분간은 수도권에서 새누리당과의 접전지역에 집중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임형섭 이정현 기자 hysup@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