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춤추는 김종인 >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2일 광주 구동 광주공원을 찾아 양향자(광주 서을), 이병훈(광주 동남을) 후보의 선거운동원들과 율동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춤추는 김종인 >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2일 광주 구동 광주공원을 찾아 양향자(광주 서을), 이병훈(광주 동남을) 후보의 선거운동원들과 율동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는 문재인 전 대표의 선거 지원 유세를 마뜩잖아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김 대표는 3일 제주에서 4·3 희생자 추념식 후 기자들과 만나 “선거를 끌고 가는 주체가 알아서 선거를 관리해야지 옆에서 딴 사람이 하다 보면 선거 방향이 올바르게 갈 수 없다”고 말했다. 주체는 김 대표이고, 딴 사람은 문 전 대표를 지칭하는 말이다.

[총선 D-9] 문재인의 호남 지원 유세가 못마땅한 김종인
문 전 대표의 광주 방문 가능성에 대해서도 “현 상황을 볼 때 회의적”이라고 평가했다. 김 대표가 총선에서 문 전 대표의 역할에 선을 그은 것은 당내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수도권 등 호남을 제외한 곳에서 문 전 대표가 갖는 표 확장성을 포기하는 것 아니냐는 반론도 만만찮다. 총선 뒤 대권 행보를 위해서도 문 전 대표가 ‘뒷짐’만 지고 있을 수 없다는 게 당내 친노(친노무현)계의 항변이다.

일각에서 문 전 대표가 호남방문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호남만으로는 안 되지만, 호남 기반 없이는 정권 교체를 이룰 수 없다”는 게 야당 대권주자의 현실이다. 호남 ‘텃밭’을 국민의당에 내주면 문 전 대표의 정치생명이 수명을 다할 것이란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이 같은 사정을 모를 리 없는 김 대표는 이날 광주의 한 출마자가 문 전 대표의 대선 불출마를 촉구한 것에 대해 “후보로서 지역 사정을 엄밀히 검토하면 그런 말도 할 수 있겠다”며 “그렇다고 해서 문 전 대표가 그렇게 하겠어요”라고 반문했다. 선거운동이 시작된 첫 주말 호남을 찾은 김 대표는 더민주의 과거 행태 비판에 상당 시간을 할애했다.

지난 2일 광주공원 유세에서 “호남에서는 더민주가 과거로 돌아갈까 걱정하는 것도 알고 있다. 하지만 1월15일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을 것”이라며 “더민주 후보를 당선시켜 주면 다시는 옛날 같은 모습을 보이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전직 당 대표들의 대권욕을 분열의 원인으로 지목하기도 했다.

김 대표는 “야당 분열에 책임을 지고 있는 사람들이 이러쿵저러쿵 얘기하는 것은 옳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야당이 분열한 것은) 개인들이 지나친 욕심을 부리려 하다가 이렇게 된 것”이라며 문 전 대표와 안철수 국민의당 공동대표를 싸잡아 비판했다.

김 대표는 “호남 판세가 예상대로 흘러가고 있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호남 등 유세현장에서 문 전 대표의 등판을 꺼리면서 때론 분당의 책임까지 지우는 것이 ‘호남 달래기용’인지, 아니면 ‘킹메이커’로서의 사전 포석인지는 아직 분명치 않다.

제주=김기만 정치부 기자 m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