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 출현으로 일여다야(一與多野)…일부 후보단일화 움직임 변수
3선 교육감 vs 3선 의원…'정치 1번지' 서구을 리턴매치 주목

"한밭(크고 넓은 밭이라는 뜻의 대전의 옛 이름), 중원을 차지하라."
20년 만에 지역 기반 정당이 사라진 가운데 치러지는 20대 총선이 12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중원에서 여야 한판 승부가 관심을 끈다.

대전은 누가 뭐래도 신민주공화당에서부터 자유민주연합, 자유선진당 등으로 이어진 충청을 표방한 정당의 수부도시다.

대전에서는 4년 전 19대 총선에서 여당이던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의 전신인 민주통합당이 3석씩 사이좋게 양분했다.

2014년 지방선거에서는 1곳의 구청장을 제외하고 시장과 5곳의 구청장을 새정치민주연합이 석권하는 이변을 낳는 등 선거 때마다 변화가 무쌍했다.

대전은 이번 총선을 앞두고 유성구가 분구돼 7석으로 늘어나면서 수치로는 똑같이 나눠가질 수 없게 됐다.

이번 선거에서 가장 관심을 끄는 지역은 분구된 유성을 선거구다.

대전시교육감을 3번 연임하고 물러난 뒤 교육부 차관을 지낸 새누리당 김신호(63) 후보와 현재 국회 법사위원장인 3선의 이상민(58) 의원이 승부를 겨룬다.

이 지역은 대전에서 야당세가 가장 강한 지역이다.

이곳에 국민의당 김학일(52) 외교국방연구소 연구위원, 정의당 이성우(54) 전 전국공공연구노조 위원장, 노동당 이경자(50) 당 농업위원 등 또 다른 3명의 야당 후보가 가세하면서 야당표 분산 여하에 따라 후보들의 당락이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진보 성향이 강한 토양을 무대로 12년간 바닥을 굳게 다진 야당 중진을 상대로 교육가족을 중심으로 한 대전시민으로부터 골고루 지지를 얻어온 김신호 후보가 이 지역 유권자로부터 얼마나 지지를 받을 지가 관심거리다.

대전의 '정치 1번지'인 서구을 선거구에선 3선 국회의원 출신인 새누리 이재선(59) 당협위원장과 더민주 박범계(52) 의원의 리턴매치가 볼만하다.

높은 인지도를 바탕으로 새누리당 예비후보 5명과 치열한 경선을 거쳐 결승전 링 위에 오른 이 전 의원은 19대 총선에서 박 의원에게 12.9% 포인트 차이로 패했다.

당시 선거는 이 전 의원(자유선진당)과 박 의원, 최연혜 전 코레일 사장(새누리당) 3파전으로 치러졌다는 점에서 이번 총선 구도와는 다르다.

당시에는 보수 지지표가 분산됐다면 이번에는 국민의당 이동규(50) 후보와 정의당 김윤기(41) 후보가 가세하면서 진보 성향의 표가 나뉜다는 점이다.

인접한 서구갑 선거구에서는 17대 총선에서부터 새누리 이영규(55) 후보와 더민주 박병석(64) 후보가 4번째 리턴매치를 이어가고 있다.

이 후보는 "박 후보는 4선에 국회 부의장까지 지냈지만 16년간 서구갑 지역이 크게 변화된 것은 없다"며 "고인 물은 썩게 마련으로, 유권자들은 '다선 피로감'을 많이 느끼고 있어 이번엔 승산이 있다"고 자신감을 표출하고 있다.

대덕구에서는 새누리당 정용기(53) 의원과 더민주 박영순(51) 지역위원장의 네 번째 대결 여부도 관심을 끈다.

특히 선거를 불과 10여일 남겨두고 박 후보는 국민의당 김창수(61) 후보와 전격적으로 야권 후보 단일화에 합의한 상태여서 경선 결과에 따라 리턴매치도 가능하다.

여기에다 동구에서는 현역인 새누리 이장우(51) 후보를 상대로 더민주 강래구(51) 후보와 국민의당 선병렬(58) 후보가 저마다 동구의 일꾼임을 내세우며 치열한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야당 후보 간 후보 단일화 성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이의 결과가 이곳 선거의 승패 관건으로 떠오르고 있다.

또 다른 대전의 총선 관전 포인트는 안철수 공동대표가 이끄는 국민의당 후보들의 선전 여부다.

국민의당은 최근 대전에서 중앙당 창당행사를 하는 등 충청민에게 구애의 손길을 보며 표심을 자극했다.

충청권의 중심인 대전에서부터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겠다는 안 대표의 전략이 유권자들에게 얼마나 먹혀들지가 관심을 끈다.

(대전연합뉴스) 이은중 기자 ju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