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GPS 교란은 군이 주 표적인 듯…민간 피해 제한적
산악 지형 때문에 서울 등 도심에 방해 전파 닿기 힘들어
항공기·선박은 교란 영향…동해에선 어업 일부 중단 피해 발생


북한이 지난달 31일부터 GPS(위성항법장치) 전파 교란에 나서면서 국내에 비상이 걸렸지만 민간의 실질적 피해는 아직 접수되지 않고 있다.

일단 선박·항공기·차량 등에 쓰이는 민간 GPS에 대해 전파 교란으로 실제 대규모 피해를 일으키는 것이 어렵다는 것이 정부의 평가다.

교란 전파가 산악 지형에 쉽게 막히기 때문에 출력을 아무리 높여도 서울 등 접경에서 떨어진 인구밀집 지역까지 교란 전파를 보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탁 트인 공간을 오가는 항공기와 선박은 교란 전파가 닿기가 훨씬 쉽지만, 이들은 GPS 외에도 다른 항법 장치가 있어 길을 잃고 사고를 당할 위험이 매우 적다.

그러나 실제 이번 교란으로 접경지역의 많은 어선은 조업을 포기하거나 야간 항해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큰 불편을 참아야 한 것이다.

최대 문제는 북한에 인접한 우리 군 장비다.

북한은 민간 GPS 외에 군용 GPS에 대해서도 교란 전파를 쏘고 있어 미사일 등 GPS를 쓰는 장비에 여파가 미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북한 GPS 교란의 주목적이 민간의 혼란이 아니라 우리 군에 대한 도발일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1일 미래창조과학부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 기준으로 국내 항공기 150대와 여객선과 어업선 등 대형 선박 67대에 GPS 교란 전파가 유입됐으나 대체 운항 장치를 써서 피해 사례는 없었다.

미래부 관계자는 "민간 차량 GPS에 피해가 발생했다는 사례는 아직 파악된 게 없다"며 "GPS 교란 전파는 땅에서 쏴야 하는데 산악 지형 특성 때문에 이를 멀리 보내기가 쉽지 않아 실제 영향이 있는 지역은 강원도 일부와 인천 북쪽 지역 등이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서울 등 먼 후방 도심지역까지 방해 전파가 닿게 하는 것은 기술적으로 가능성이 작다"며 "일단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24시간 대응 체제를 가동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교란으로 서해 연평도, 선미도, 팔미도 해역과 동해 속초, 주문진 인근 해역에서는 많은 어선의 GPS 항해장치가 오작동해 조기 귀항이나 조업 포기 등의 불편 사례가 속출했다.

이와 관련해 선박 손상이나 부상 등 실제 피해는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비무장지대 주변 오지의 휴대전화 기지국 264곳에는 교란 전파가 닿았지만, 통화 중단 등 장애가 나타나진 않았다.

2010∼2012년 북한의 GPS 교란이 발생하면서 미리 기지국에 방해전파 차폐시설 등을 해놨기 때문이다.

그러나 GPS 교란은 군사 부문에서는 큰 파문이 예상된다.

북한이 민간뿐 아니라 우리의 군용 GPS 대역(1천227.6㎒)까지 교란 전파를 쏴 군사작전 방해 등 도발 의도가 명백하기 때문이다.

청와대와 국방부는 1일 GPS 교란을 규탄하며 '이번 사태는 정전협정을 위반하고 우리 국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행위'라고 강조했다.

우리 군의 GPS 관련 장비가 이번 교란으로 운영 장애 등 피해를 본 사례는 아직 접수된 것이 없다고 알려졌다.

(서울연합뉴스) 김태균 기자 ta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