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민주, 총선 공약 제시

더민주 "세종시 공무원, 서울 국회 가느라 일 못해"
새누리 "전체 이전은 꿈같은 얘기…분원은 검토"
정치권·법조계 의견 엇갈려…위헌 가능성 논란
국회를 세종시로 옮기는 문제가 선거 쟁점으로 떠올랐다. 더불어민주당이 국회를 세종시로 이전하는 내용의 4·13 총선 공약을 마련한 데 대해 새누리당이 “분원은 설치할 수 있다”며 국회 전체 이전에는 반대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2004년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으로 물밑으로 내려간 국회의 세종시 이전 문제가 다시 논란거리가 되고 있다.

더민주는 28일 국회를 세종시로 이전해 지역 균형 발전을 이루고, 지역특화 국가전략산업 클러스터를 지정하는 ‘2차 국토 균형발전 공약’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용섭 더민주 총선공약단장은 27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세종시 공무원들이 서울 국회에 왔다갔다 하느라 일을 못 한다”며 “국회 전체가 세종시로 내려가야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단장은 “국회가 원칙적으로 다 이전하고 서울에 분원을 둬서 국회의장이 내외빈을 만나고 청와대와 협의할 사항은 협의하는 방식이 될 것”이라며 “새누리당만 수용하면 바로 단계적인 이전 계획을 세울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재인 전 더민주 대표가 2012년 대선에서 서울에 국회를 두고 세종시에 국회 분원을 설치하는 공약을 발표한 적은 있지만, 국회를 통째로 세종시로 옮기겠다는 공약은 이번이 처음이다.
< “투표하세요” > 경기도 선거관리위원회 직원들이 27일 경기 고양시 호수공원에서 4·13 국회의원 선거 참여를 호소하는 ‘유권자 시선을 잡아라’ 캠페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투표하세요” > 경기도 선거관리위원회 직원들이 27일 경기 고양시 호수공원에서 4·13 국회의원 선거 참여를 호소하는 ‘유권자 시선을 잡아라’ 캠페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세종시 카드' 다시 꺼내든 野…與 "충청표 겨냥한 포퓰리즘"

이 같은 공약 추진에 대해 새누리당은 당장 비용 문제 등을 들어 반대했다. 김정훈 새누리당 정책위원회 의장은 27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세종시에 국회 분원을 설치하는 것은 여당도 검토할 수 있지만 통째로 옮기는 건 실현 불가능한 꿈 같은 공약”이라고 지적했다.

정치권 일각에선 이번 더불어민주당의 국회 이전 공약에 대해 충청권 표심을 자극하기 위한 야당의 총선 전략이란 평가를 내놓고 있다. 친노(친노무현)계 좌장 격인 이해찬 의원이 더민주에서 공천을 받지 못하고 탈당한 상황에서 이 공약이 지역 민심을 달래기 위한 야당의 카드라는 분석이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여야 합의 없이는 절대 이뤄질 수 없다”며 “선거를 앞두고 충청권 표를 노린 전형적인 포퓰리즘(인기 영합주의) 공약”이라고 비판했다.

행정부처의 세종시 이전으로 생긴 국회와 행정부 간 공간적 괴리는 각종 비효율의 원인으로 지적받아 왔다. 작년 정기국회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행정부의 세종시 이전으로 2013년부터 지난해 상반기까지 중앙 17개 부처의 공무원이 국내 출장비(504억원)와 출퇴근비(279억원)로 사용한 비용은 783억원에 달한다.

작년 상반기 기준으로는 국토교통부가 12억2500만원으로 출장비가 가장 높았고, 이어 △국세청 10억6300만원 △보건복지부 10억3700만원 △교육부 8억7700만원 순이었다. 또 세종시 부처 이사 비용과 이전 지원 비용은 2014년 385억원, 작년 상반기 174억원이 든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경제신문이 지난해 7월 경제관료 124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국회의 세종시 이전이 정부세종청사의 비효율을 줄일 수 있는 방안으로 꼽혔다. 당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43%는 ‘국회를 세종시로 옮겨야 한다’고 답했다. 한 경제관료는 “서울로 출장을 가는 이유 대부분이 국회에서 열리는 회의에 참석하거나 국회의원과 보좌진 등을 만나기 위한 것”이라며 “국회에서 업무 1시간을 보기 위해 여의도 출장을 가려면 왕복 4~5시간이 걸려 하루를 다 날린다”고 말했다.

그는 또 “장관이 국회에 가면 관련 업무를 챙기는 실·국·과장이 따라가야 하고, 국장이 가면 관련 과장과 사무관이 따라가야 하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정치권 주변에서도 국회의 세종시 이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형오 전 국회의장은 “공무원이 왔다 갔다하며 시간을 허비하면 피해는 궁극적으로 국민과 나라가 본다”며 “국회를 세종시로 이전해 5000명 정도 되는 국회 직원들이 그곳에서 살면 실질적인 도시 발전을 이룰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치권 합의가 필요한 일이지만 국회를 옮기는 것 자체에 국민적 저항이나 불만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국회의 세종시 이전 실현 가능성에 대해선 정치권 및 법조계의 의견이 엇갈린다. 법조계 일각에선 신행정수도특별법이 2004년 위헌 판결을 받아 헌법상 국회가 서울에 있어야 한다는 판단이 내려진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정치권에서 국회를 세종시로 이전하려고 할 때 개헌이나 국민투표를 거치지 않으면 헌법재판소가 2004년 결정처럼 위헌 판결을 내릴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하지만 일각에선 국회와 청와대 이전을 뒷받침할 수 있는 특별법을 만들면 해결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법조계 관계자는 “19대 국회에 대한 국민적 실망이 큰 데다 국회를 이전해 세종청사의 비효율을 해결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가장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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