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지 조건 내걸고 사과시한 언급안해…'언어적 위협'에 방점

북한이 우리 군과 미군의 군사훈련에 대한 입장 표명을 정부 기관에서 군 예하 단위로 구체화하면서 위협의 강도를 지속적으로 높여가고 있다.

북한 인민군 전선대연합부대 장거리포병대는 26일 발표한 '최후통첩장'에서 북한 수뇌부를 겨냥한 우리 군의 '정밀타격훈련'을 거론하며 박근혜 대통령이 이에 대해 사과하지 않으면 청와대를 타격하겠다고 위협했다.

이는 우리 공군이 지난 21일 F-15K, F-16, 경공격기 FA-50 등 최신예 전투기를 대거 동원해 북한의 핵심시설을 정밀 타격하는 훈련을 실시하며 북한의 도발에 대한 강력한 억제 의지를 과시한 것에 대한 반발로 보인다.

최근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이 부대를 찾아 정밀타격훈련에 대한 반발로 청와대와 서울의 '반동 통치기관'들을 격멸 소탕하기 위한 집중화력 타격연습을 지도하기도 했다.

북한이 이번처럼 군 예하 단위에서 입장을 표명한 것은 이달 초 우리 군과 미군의 군사훈련이 시작한 이후 처음이다.

앞서 북한은 국방위원회 성명과 대남 통일전선 사업을 담당하는 노동당의 외곽기구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의 중대보도 등 정부 기관이나 당 관련 기구 단위에서 입장을 표명해왔다.

북한이 이처럼 입장 발표 단위를 군사적 위협을 실제로 이행하는 단위로 구체화하는 것은 역대 최대 규모로 진행되는 한미연합 군사훈련은 물론, 김 제1위원장을 직접 겨냥한 우리 군의 훈련에 강한 거부감을 표시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이날 수도권을 사정권으로 하는 장사정포를 다루는 장거리포병대를 앞세워 반발함으로써 지난 23일 조평통이 중대보도에서 거론한 "청와대 불바다"와 함께 대남(大南) 위협의 강도를 높인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북한의 이번 최후통첩장이 박 대통령의 공개사과 등 우리 입장에서는 결코 들어줄 수 없는 조건을 내걸고 있고, 공개사과의 시한도 언급하지 않아 조건이 충족되지 않았을 경우 실질적인 무력을 행사하겠다는 것보다는 '언어적인 위협'에 방점이 찍혀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북한이 다음 달까지 진행되는 실기동훈련(FTX)인 독수리연습에 대해 맞대응하는 한편, 북한 수뇌부를 겨냥한 훈련에 강한 거부감을 보이며 위협의 강도를 높이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임은진 기자 engin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