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사회 제재국면서 밀리지 않겠다는 기싸움 성격도

북한군이 청와대와 정부종합청사 등 서울시내 정부기관을 가상 목표로 설정하고 대규모 포사격 훈련을 한 것은 1차적으로 우리군의 북한 주요시설을 겨냥한 '정밀타격훈련'에 대한 대응 성격을 띠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국제사회의 제재국면과 강도 높은 한미 군사훈련이 지속하는 상황에서도 결코 우리와의 기싸움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의지를 대내외적으로 과시하려는 의도로 깔려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북한군 전선대연합부대의 장거리 포병대 집중화력타격연습을 지휘한 것으로 조선중앙통신이 25일 보도했다.

통신은 훈련이 진행된 장소나 시기는 구체적으로 공개하지 않았지만 우리 군 당국은 지난 24일 강원도 원산 일대에서 열린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통신은 훈련의 목적이 "박근혜 패당의 본거지인 서울시를 불바다로 만들기 위한 것"이라며 "훈련이 '사상 최대 규모'로 조직됐으며, 백수십문에 달하는 각종 구경의 장거리포가 참가했다"고 주장했다.

김 제1위원장은 "일단 공격명령이 내리면 원쑤(원수)들이 배겨있는(박혀있는) 악의 소굴인 서울시안의 반동통치기관들을 무자비하게 짓뭉개버리며 진군하여 조국통일의 역사적 위업을 이룩해야 한다"고 위협하기도 했다.

중앙통신은 훈련 소식을 전하면서 "연습(훈련)은 '정밀타격훈련'을 공개적으로 감행한 박근혜역적패당의 본거지인 서울시를 불바다로 만들기 위한 전선대연합부대 장거리포병대집중화력타격을 진행하여 우리 천만군민의 무서운 보복열기를 보여주고"라고 언급했다.

우리 공군이 지난 21일 F-15K, F-16 등 최신예 전투기를 대거 동원해 북한의 핵심시설을 정밀 타격하는 훈련을 실시한 것에 대한 맞대응 성격의 훈련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북한이 이번 훈련을 '사상 최대 규모'라고 강조한 것은 이달 초 진행된 쌍용훈련에 '역대 최대 규모'의 한미 해병대 병력이 동원됐던 점을 의식한 결과로 보인다.

앞서 북한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는 지난 23일 '중대보도'를 통해 우리 군의 정밀타격훈련에 반발하면서 "박근혜 역적패당을 이 땅, 이 하늘 아래에서 단호히 제거해버리기 위한 정의의 보복전에 지향될 것"이라고 협박했다.

또 지난 12일에는 북한군 총참모부가 성명에서 쌍용훈련에 대해 "'평양진격'을 노린 반공화국 상륙훈련"이라고 주장하면서 "서울을 비롯한 남조선 전지역 해방작전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그로부터 8일 뒤인 지난 20일에는 김 제1위원장이 한국을 겨냥한 상륙 및 상륙저지 훈련을 직접 지휘하기도 했다.

우리의 정밀타격훈련에 대한 대응 때와 비슷한 패턴을 되풀이한 것이다.

지난 7∼18일 실시된 키리졸브(KR) 등 한미연합훈련에 대해서도 북한은 지난 7일 조평통 대변인 성명을 통해 "무자비한 섬멸적 타격을 먼저 가할 만단의 선제타격 태세에 진입한 상태에 있다"고 위협하면서 스커드와 노동 미사일 등을 동해상으로 발사하는 등 무력시위를 벌였다.

이처럼 북한이 우리 군의 훈련과 내용에 대해 극도로 민감한 반응을 보이면서 맞불작전을 펼침에 따라 한반도 긴장 수위는 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이 계속해서 협박의 수위를 끌어올리는 모습"이라며 "이는 남북간 긴장 국면의 상황에서도 끌려가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보여주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서울연합뉴스) 이봉석 기자 anfour@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