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향한 충성 과시·내부결속 강화 다목적 포석

북한이 23일 '박근혜 역적패당의 제거를 위한 보복전' '방사포로 청와대 불바다'란 표현까지 동원하며 우리 측을 위협한 것은 이른바 '최고존엄', 즉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에 대한 충성심을 드러내면서 노동당 제7차 대회를 앞두고 내부결속을 강화하는데 1차적인 목적이 있는 것으로분석된다.

북한의 대남(對南) 통일전선 사업을 담당하는 노동당의 외곽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는 이날 중대보도를 통해 우리 군이 북한 최고 수뇌부를 겨냥한 '집무실 정밀타격훈련'을 벌였다면서 "우리 수뇌부를 목표로 삼고 감행된 가장 노골적이고 위험천만한 군사적 망동"이라고 주장했다.

조평통이 언급한 '집무실정밀타격훈련'은 우리 공군이 지난 21일 F-15K, F-16, 경공격기 FA-50 등 최신예 전투기를 대거 동원해 북한의 핵심시설을 정밀 타격하는 훈련을 실시하며 북한의 도발에 대한 강력한 억제 의지를 과시한 것을 지칭한다.

조평통은 우리 군의 훈련에 대해 "우리 공화국을 반대하는 미국과 박근혜 역적패당의 무분별한 군사적 도발망동이 극한계선을 넘어서고 있다"면서 "이것은 우리의 최고존엄에 대한 치떨리는 도발이며 추호도 용납할 수 없는 천인공노할 대결망동"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조선인민군 정규부대들과 노농적위군, 붉은청년근위대를 비롯한 혁명무력과 전체 인민들의 일거일동은 박근혜역적패당을 단호히 제거해버리기 위한 정의의 보복전에 지향될 것"이라고 위협했다.

북한이 이처럼 구체적인 훈련을 표적삼아 이례적인 '조평통 중대보도' 형식의 입장을 내놓은 것은 김정은을 직접 겨냥한 훈련에 강한 거부감을 표시하면서 우리 측을 향해 '맞불 심리전'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또 지난 7일 시작된 사상 최대 한미 연합훈련의 규모와 내용에 여전히 부담을 느끼고 있음을 보여 준다는 분석이다.

북한은 실제로 이달 들어 한미 연합훈련에 극도로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300㎜ 신형 방사포와 스커드·노동미사일을 4차례나 번갈아 발사하는 등 남북 간 군사적 긴장 수위를 계속 끌어올리고 있다.

북한은 이날 중대보도에서도 "실전배비(배치)된 초정밀수단", "포병집단의 위력한 대구경방사포" 등을 언급하며 최근 거듭 발사한 미사일과 신형 방사포를 위협에 적극 활용했다.

여기에 우리의 민방위부대격인 '노농적위군'과 학생군사조직인 '붉은청년근위대'까지 대남 위협에 끌어들인 것은 우리 측을 향한 사회전반의 적개심을 고취하는 방식으로 사상 무장을 독려해 체제 결속을 강화함으로써 5월 초의 당대회를 앞두고 성과를 최대한 높이려는 의도도 담긴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지난 2월 말부터 속도전을 독려하는 '70일 전투'라는 구호를 내세워 사회 각 분야의 성과를 독려하고 있다.

북한은 앞으로 조평통의 이번 중대보도를 내외의 각종 매체를 통해 반복적으로 내보내면서 우리 정부를 비난하는 데 적극 활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이번 발표가 총참모부나 국방위원회 명의가 아니라 남북문제를 주로 담당하는 조평통 명의로 이뤄졌다는 점에서 실질적인 무력 행동에 대한 예고보다는 언어적 위협에 방점이 찍혀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조평통 중대보도는 '총공세 진입'을 선언한 지난 7일의 국방위원회 성명이나 '서울해방작전'을 거론한 12일의 총참모부 성명보다는 상대적으로 '격'이 낮은 것으로 평가되기 때문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남북관계와 통일문제를 담당하는 조평통 발표라는 점을 고려하면 대내외를 향한 메시지가 모두 담긴 것으로 보인다"며 "한미 연합훈련에 대한 강한 대응 의지를 보여주고, 이를 통해 내부적으로 긴장감을 높이면서 체제 결속을 이루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상현 기자 hapyr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