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봉균 선대위원장
강봉균 선대위원장
“미흡합니다. 공약을 새로 마련해야겠습니다.”

새누리당의 4·13총선 선거대책위원장으로 내정된 강봉균 전 재정경제부 장관이 22일 당 정책공약을 보고받고 한 말이다. 강 전 장관은 “재정이 투입되는 공약 일색”이라며 “선대위원장 취임과 동시에 새로운 정책 공약을 내놓겠다”고 말했다.

강 전 장관은 이날 새누리당 관계자들로부터 총선 공약을 보고받았다. 새누리당이 지난 21일 △일자리 창출 △세대별 맞춤형 복지 △안전한 대한민국 등을 축으로 내놓은 180개 공약과 △내수 활성화 △미래 성장동력 육성 등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신고한 10대 공약이 주된 보고 내용이었다.

이 자리에서 강 전 장관은 “국민이 목말라하는 부분을 해결해 줄 수 있는 내용이 없다”며 인색한 평가를 내렸다고 당 관계자는 전했다.

경제 공약이 지나치게 ‘미시적’이라는 지적도 했다. 한국 경제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큰 그림 없이 지엽적인 정책만 제시했다는 것이다. 강 전 장관은 “경제민주화에 대응할 만한 캐치프레이즈가 있어야 한다고 했다”고 당 관계자는 말했다.

새누리당 안팎에선 강 전 장관이 경제민주화를 주장하는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와 대립각을 세우며 정책 대결을 벌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강 전 장관은 또 “일자리 중심 성장을 총선 공약 기조로 내세웠다고 하는데 실제 공약으로 잘 구현되지는 않았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약집을 다 읽어본 강 전 장관은 “공약집을 다시 제작할 수는 없느냐”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공약을 전면 재검토하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이다.

당 관계자는 “공직선거법상 공약집을 새로 내놓기는 어렵다”며 “선대위 출범 뒤 기존 공약을 대체하는 새로운 공약을 수립해 전면에 내세우는 것이 좋겠다는 건의를 했다”고 말했다.

강 전 장관의 지적에 따라 새누리당의 총선 공약은 대폭 수정될 전망이다. 새누리당 내에선 고교 무상교육, 간병비 인하, 학자금 대출금리 인하 등 대규모 재정 투입이 예상되는 복지 공약이 재검토 대상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U턴 기업 지원, 중견기업 전용 연구개발(R&D) 지원 프로그램 도입 등 투자 활성화 정책도 실효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재검토가 이뤄질 것이라는 예상이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새누리당의 복지 공약을 지키려면 4년간 30조원의 예산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했다. 같은 기간 복지에 추가로 투입할 수 있는 예산은 15조원에 불과하다고 예결위는 설명했다.

강 전 장관은 “정치권이 선거 때만 되면 돈 들어가는 공약을 내놓는 잘못된 버릇이 들었다”며 “선거가 끝나고 나면 공약이 경제에 부담이 된다”고 비판했다. 그는 “국민이 가장 시급히 원하는 것은 일자리인데 야당이 주장하는 청년 수당은 해결책이 될 수 없다”며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되는 새로운 정책 공약을 내놓겠다”고 말했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