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위한 정치만이 나라 살려"…수석회의서 국회 맹공
"선거로 많은게 멈췄지만 정치 멈춘다고 경제·민생 멈춰선 안돼"
"선거에선 국민 위해 최선다한다 하지만 항상 공허한게 현실정치"


박근혜 대통령이 4.13 총선을 23일 앞두고 '국회 심판론'을 재가동했다.

여야의 '공천 내전'을 "각자의 정치", "본인 정치"라고 성토하면서 "국민을 위한 정치만이 나라를 어려움에서 벗어나게 할 수 있고 살릴 수 있는 것"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박 대통령은 그동안 총선을 앞두고 '경제·안보' 행보에 집중하며 대(對)국회 비판 발언은 자제하는 모습을 보였으나 공천 내홍으로 법안 처리가 뒷전인 상황을 "잃어버린 시간"에 비유하면서 정치권을 겨냥한 포문을 열었다.

박 대통령은 21일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선거로 인해 법안통과 등 시급한 일이 그대로 멈춰서 방치되고 있다"며 "선거기간 멈춰있는 3∼4개월 동안 국민을 위해 정치권과 국회가 아무 일도 못하고 오직 각자의 정치만 하고 있다면 그만큼 잃어버린 시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본인들의 정치를 위해 나라와 국민의 경제 시계가 멈추지 않도록, 각 수석들은 이 엄중한 시기에 국민의 안위와 민생이 흔들리지 않도록 혼신의 힘을 다해주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특히 박 대통령은 "잃어버린 시간"이란 표현을 두 번 사용했으며 선거로 인해 꽉 막힌 상황을 "멈춰"로 7차례 비유하는 등 이른바 경제·안보의 이중 위기에 대한 대응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깊은 우려를 드러냈다.

박 대통령이 직접적으로 국회를 비판하는 발언을 한 것은 3·1절 기념사 이후 처음이다.

지난달 24일 국민경제자문회의에서 10여 차례 책상을 내리치면서 쟁점 법안을 통과시키지 않은 국회를 강도높게 비판했던 박 대통령은 여야 대표도 참석한 3·1절 기념식에서 "국회 마비는 직무 유기"라고 말했다.

이어 같은 달 9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지금 국회사정이 어렵기는 하지만 끝까지 포기해선 안 된다"면서 이른바 경제·노동법안 등의 국회 통과를 독려했으나 3월 임시국회의 개점휴업이 계속되자 이날 다시 국회를 비판한 것이다.

여야 모두 공천을 둘러싼 집안 전쟁으로 잡음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여당이 소집한 3월 임시국회는 아직 의사일정도 잡히지 않은 상태다.

24∼25일 후보등록을 시작으로 여의도가 총선 체제로 완전히 전환된다는 점에서 3월 국회에서의 법안 처리는 물 건너갔으며 19대 국회에서의 처리도 극히 불투명한 상태다.

박 대통령은 이런 상황에 대해 스스로 "이제 정부에서 시급하게 처리를 요청한 법안들이 통과되는 것은 요원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박 대통령은 "국민을 위한 정치만이 나라를 살린다"며 총선에서의 '국회 심판론'을 우회적으로 재차 부각시켰다.

국회 심판론은 야당의 정권 심판론에 대응하는 것으로 기본적으로 야당의 선거 공세에 대한 견제 의미가 있다.

이에 더해 여권 지지층에게도 "본인 정치"가 아니라 국민을 위해 일할 사람을 뽑아야 한다는 메시지라는 관측도 나온다.

(서울연합뉴스) 강병철 기자 solec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