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박 "명함 돌리기도 힘들어…유승민 살리고 윤상현 당선 저지"
친박 "'진박 역풍' 사실관계 틀려…유승민 지역구 비워둬야"


새누리당의 4·13 총선 공천에서 '태풍의 핵'으로 떠오른 유승민 의원 공천문제가 당내 후보 경선과정에서의 '진박(진짜 친박) 역풍' 논란과 맞물려 파문을 키우고 있다.

막바지 공천심사가 '유승민 죽이기'로 비쳐지면서 여론의 역풍이 현실화했다는 우려와 이 문제를 지나치게 확대 해석할 필요가 없다는 주장이 맞서는 것이다.

매주 집계되는 여론조사에 나타난 새누리당 지지율 변화만 놓고 봐도 극명하게 엇갈린다.

새누리당의 지지율은 리얼미터가 21일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41.5%, 이보다 앞서 한국갤럽이 지난 18일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41.0%로 비슷한 수준으로 집계됐다.

다만 리얼미터 조사에선 지지율이 지난주보다 2.6%포인트 빠졌지만, 갤럽은 1주일 전보다 2.0%포인트 올랐다.

조사 업체에 따라 등락 곡선이 교차한 셈이다.

비박(비박근혜)계는 지지율 하락 움직임에 더 주목하고 있다.

특히 여론의 풍향에 민감한 수도권 후보들이 이를 피부로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

김용태 서울시당위원장은 이날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공천 내홍을 앓던 지난주에 명함 한 장 돌리기도 어려울 정도였다"며 수도권 선거운동의 어려움을 호소했다.

그러면서 "친박(친박근혜)계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이 주도한 '학살 공천'에 대해 유권자의 혐오감이 커진 탓"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경선 여론조사에서 떨어진 친박(친박근혜)계 후보들이 이른바 '진박(진실한 친박) 마케팅'의 역풍을 맞은 결과라는 해석도 나왔다.

김재원 의원을 비롯해 윤두현·전광삼·조윤선·하춘수 등 대구·경북과 수도권의 친박 후보들이 줄줄이 경선에서 고배를 마신 게 사례로 꼽혔다.

경선 막판에 박 대통령과 찍은 사진으로 의정보고서를 제작해 배포, 선거운동에 나섰던 서울 강남갑 심윤조 의원의 경우 현역 지역구 의원임에도 경선에서 패배했는데, 이를 놓고 일각에서는 '진박 역풍'의 영향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아울러 유 의원 문제로 공천심사가 삐걱대면서 선거의 악재로 돌출한 마당에 유 의원을 솎아내면 총선에서 수도권 후보들도 선거에서 패해 '추풍낙엽'처럼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다.

김용태 위원장은 "3가지 반전 카드가 남았다.

유 의원을 경선에 붙이고, 이재오 의원의 탈락을 재고하고, 윤상현 의원의 무소속 당선을 저지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친박계에선 '진박 역풍'에 대한 우려가 몇몇 후보의 탈락을 놓고 '오비이락' 격으로 꿰어맞춘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일례로 김재원 의원의 경우 선거구 통폐합에 따른 '소(小) 지역주의' 영향이 크며, 조윤선 후보는 상대인 이혜훈 후보가 워낙 지역 기반이 탄탄해 여론조사에서 간 발의 차이로 뒤졌다는 것이다.

조원진 원내수석부대표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일부 친박 후보는 선거운동에 너무 늦게 뛰어들었거나, 조직이 전혀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패배한 측면이 크다"고 말했다.

오히려 '일여다야(一與多野)'의 구도가 뿌리를 내리는 상황에서 보수 지지층을 결집하는 데 박 대통령의 존재감은 여전히 강력하다는 게 친박계의 시각이다.

이런 맥락에서 유 의원 문제도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서둘러 매듭지으면 크게 걱정할 것 없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유 의원의 지역구에 공천자를 내지 않으면 유 의원으로서는 당 잔류(불출마)와 탈당(무소속 출마)의 기로에 서게 되고, 결국 유 의원의 선택으로 '공'이 넘어간다는 식이다.

친박계 박종희 제2사무부총장은 이날 KBS 라디오에 나와 "오늘 오후 열리는 공관위 회의에서 결정할 것"이라며 "현실적으로 경선은 어렵게 됐다"고 말했다.

박 부총장은 "유 의원이 공천 신청을 한 이상 경선을 실시하는 게 가장 이상적"이라면서도 "당 내외 여건이 그렇게 만만치 않은 것 같다"고 여운을 뒀다.

(서울연합뉴스) 홍정규 기자 zhe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