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공천' 제동에 친박들 "김무성 사과하라"…金 "사과할 일 아냐"
외부 공관위원들 회의 '보이콧'…황진하·홍문표에 "고자질쟁이"
비박계 낙천자들 '무소속 연대' 움직임도…유승민 공천이 '화약고'

새누리당이 4·13 총선 공천을 둘러싸고 극심한 내홍 국면을 맞았다.

사태의 기저에 흐르는 친박(친박근혜)계와 비박(비박근혜)계의 대립은 비박계 현역 의원들의 무더기 공천 탈락에 이어 유승민 의원의 공천 문제로 정면 충돌할 양상이다.

17일 오전 열린 최고위원들의 간담회와, 오후에 빚어진 공천관리위원회 파행은 이 같은 갈등의 단면을 여과 없이 드러냈다.

김무성 대표가 매주 목요일 열리는 정례 최고위원회의를 이날 열지 않겠다고 전날 밤 통보하자 서청원·김태호·이인제 등 최고위원들이 반발, 이날 오전 원유철 원내대표실에 모였다.

이들은 김 대표를 강력히 비판했다.

전날 경선·단수·우선추천 지역에 대한 의결 도중 김 대표가 '정회'를 선언하더니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일방적으로 8개 지역구에 대한 '보류'를 발표하고, 추가 의결을 위한 이날 최고위 회의까지 열지 않은 것은 명백한 '공천 훼방'이라는 것이다.

원 원내대표는 최고위 간담회 직후 브리핑에서 "당 대표께서 (최고위) 정회 중에 기자회견을 한 것은 적절치 못했다"며 "이 부분은 최고위에 사과하셔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 대표는 자신의 사무실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사과할 일이 아니다"며 최고위원들의 요구를 일축했다.

이어 "당 대표로서 당헌·당규를 수호해야 할 의무가 있다"며 8개 지역구는 당헌·당규에 위배된 사실상의 '전략공천'인 만큼 결정을 보류할 수밖에 없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오후에는 외부 공관위원 5명이 '보이콧'을 선언하고 회의장을 박차고 나가면서 공관위가 파행했다.

외부 공관위원들은 친박계가 수적 우위에 선 최고위에서 임명됐다.

이들은 김 대표의 기자회견 내용이 공관위 독립성을 침해했다고 주장하며 김 대표가 사과할 때까지 회의 불참을 선언했다.

또 지난 14일 공천에서 탈락한 주호영 의원에 대한 최고위의 재의 요구를 공관위가 거부한 과정이 김 대표에게 고스란히 전달됐다는 점을 들어 김 대표 측 인사인 황진하 사무총장, 홍문표 제1사무부총장을 "고자질쟁이"라고도 비판했다.

공관위가 최고위의 재의 요구를 거부하려면 재적위원(11명) 3분의 2 이상(8명)의 찬성이 필요한데, 이 같은 의사결정에 개별 공관위원의 의견이 명확하게 반영되지 않았다고 김 대표 측과 주 의원이 문제를 제기한 데 따른 것이다.

결국 이 문제는 공관위에서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고 박종희 제2사무부총장이 기자들에게 전했다.

최고위와 공관위의 내분 양상은 친박계와 비박계 인사들의 장외 설전으로도 투영됐다.

특히 공천에서 탈락한 진영·조해진·임태희 후보 등 비박계 진영에선 탈당과 무소속 출마는 물론 집단행동에 나설 수 있다는 분위기도 감지됐다.

조 의원은 이날 라디오 방송에 잇따라 출연해 "이 위원장이 공천룰도 깡그리 무시하면서 자기가 법인 양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고, 임 전 의원도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 위원장을 향해 "공천권을 이런 식으로 농단해도 되는가"라고 따졌다.

비박계인 김용태 의원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당헌·당규를 위반한 공천을 바로잡고, 새누리당을 바로 세우기 위해 의원총회 소집 요구 등 동지들의 뜻을 모아나가겠다"고 말했다.

이 같은 움직임을 토대로 정치권에선 공천에서 탈락한 5선의 이재오 의원, 3선의 진영 의원 등을 중심으로 '비박계 무소속 연대'가 구성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진 의원은 이날 오후 탈당을 선언했으며, 그전에 이 의원과 통화했다고 기자들에게 밝혔다.

이에 맞서 친박계인 홍문종 의원은 라디오 방송에 나와 "공관위가 '알파고'도 아니고, 사람이기 때문에 어떤 사안에 대해선 시각이 따라 조금씩 호불호가 있을 수 있다"며 "(공관위가) 나름대로 원칙과 기준을 갖고 최선을 다해 만들어낸 작품이 아닌가 (평가한다)"라고 이한구 위원장을 옹호했다.

친박계와 비박계의 갈등은 현재 거의 유일하게 공천심사가 발표되지 않은 유승민 의원 공천 여부가 또 한 차례 '불씨'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유 의원이 자신의 공천심사가 자꾸 미뤄지는 데 대한 입장을 밝히지 않은 채 '칩거'를 이어가는 것이나, 이 위원장이 유 의원 공천심사를 가급적 뒤로 미루려는 배경에도 계파 간 힘겨루기와 정치적 셈법이 깔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서울연합뉴스) 홍정규 기자 zhe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