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천 문제 놓고 당 대표-공관위원장 사사건건 충돌
'정무형' 金과 '정책형' 李, 과거 이력도 '물과 기름'


"선거에 지는 한이 있어도 받아들일 수 없다.이렇게 한다면 공천관리위원회를 해산할 수도 있다"(김무성)

"당 대표는 아무런 권한이 없다.공천에 관여하지 말라"(이한구)

지난달 17일 새누리당 김무성(65) 대표와 이한구(71) 공천관리위원장이 20대 총선 공천 룰을 놓고 벌인 설전은 두 사람 사이의 갈등이 간명하게 드러난 대목이다.

비박(비박근혜)계 출신으로 당권을 손에 쥔 김 대표와 친박계를 등에 업고 공천권을 장악한 이 위원장은 이번 총선의 공천 문제를 둘러싸고 사사건건 으르렁댔다.

김 대표는 이번 총선에 앞서 상향식 공천 방침을 일찌감치 천명했지만, 공관위원장 자리에 앉은 이 위원장이 우선·단수추천제를 활용해 전략공천을 거침없이 밀고 나가면서 곳곳에서 충돌이 벌어지는 것이다.

이를 두고 두 사람의 이름에서 한 글자씩 따 '무한갈등'이라는 별칭도 붙었다.

갈등의 해결 기미가 안 보인다는 냉소도 담겨 있다.

최근 '비박계 살생부'와 '윤상현 취중 막말' 등 논란에 잇달아 연루된 김 대표가 한동안 침묵을 지키면서 두 사람의 갈등은 다소 소강 국면을 맞았지만, 공천 심사 마무리 국면에서 비박계 현역 의원들에 대한 무더기 물갈이가 현실화되면서 다시 불붙을 태세다.

김 대표가 16일 기자회견을 열고 전날 이재오 의원을 비롯한 비박계 의원들의 대거 컷오프를 공식적으로 문제 삼자, 이 위원장은 불과 몇 분 지나지 않은 시각에 브리핑을 자청해 김 대표의 발언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이 위원장은 김 대표가 "어떤 지역은 모든 여론조사에서 1등을 한 사람 대신 2등을 한 사람에게 단수 추천이 돌아갔는데, 이것도 수용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비판한데 대해 "여론조사로 다 하면 우리(공관위)가 무슨 필요가 있느냐. 바보같은 소리"라고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다.

17일에도 친박계 최고위원들은 김 대표의 반대에도 원유철 원내대표를 대표 대행으로 내세워 최고위를 개최, 전날 공관위의 지역구 후보 압축 심사 결과 추인을 강행하려 했으나 자격 요건을 둘러싼 논란에 무산되는 등 곳곳에서 마찰음이 나고 있다.

김 대표와 이 위원장은 과거를 돌아봐도 물과 기름처럼 어울리지 못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비서관 출신으로 '정무형' 정치인의 전형인 김 대표와는 달리 이 위원장은 대우경제연구소장을 거쳐 지난 2000년 당시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 시절 입당한 이후 '정책형' 외길을 걸었다.

이명박 정부 시절 4대강 공약 수정에 대해서는 같은 목소리를 내기도 했으나, 2012년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 시절 어긋나기 시작해 2014년 공무원연금개혁 법안 처리를 놓고 정면으로 충돌하는 등 두 사람의 갈등은 따져보면 해묵은 것이라는 게 당 안팎의 시각이다.

(서울연합뉴스) 홍지인 기자 ljungber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