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균계 직격탄…패권청산·세력교체 일부 성과 평가
상징성 있는 일부 인사 교체에 그친 점은 한계 지적도


더불어민주당의 4·13 총선 후보자 공천 작업이 17일 마무리 국면에 접어들었다.

더민주는 이날 오전까지 전체 253개 지역구 중 85.0%인 215곳에 대한 심사를 끝낸 상황이다.

현재 24곳은 공천 신청자가 아예 없고 14곳에 대한 막판 심사가 진행중이다.

17일 오전까지 더민주의 현역 의원 탈락자 수는 모두 30명이다.

현역 의원 평가 하위 20% 컷오프 탈락자 10명과 불출마자 5명, 정밀심사 탈락자 9명, 지역구가 전략지로 결정된 강기정 의원, 경선에서 탈락한 5명이다.

20% 컷오프 탈락자 발표일인 지난달 24일 기준으로 하면 재적의원 108명 중 27.8%가 물갈이된 셈이다.

국민의당 안철수 상임공동대표를 필두로 한 분당 사태 전 의석수 127석을 기준으로 하면 모두 50명이 더민주를 떠나거나 공천에서 탈락해 현역의원 교체율은 39.4%로 늘어난다.

향후 경선 지역에서 현역 탈락자가 추가로 생길 수 있어 현역 물갈이 비율은 지난달 24일을 기준으로 해도 30%를 넘어설 전망이다.

이번 공천의 특징 중 하나는 강경파로 분류되던 친노(친노무현)와 86(80년대 학번·60년대생) 학생운동권 그룹의 상대적 퇴조다.

김종인 비상대책위 대표가 취임 후 꾸준히 강조해온 계파 패권주의 청산과 운동권 정당문화 극복 의지가 반영된 결과로 해석된다.

친노계에서는 문희상 유인태 신계륜 의원 등이 공천에서 탈락했다.

특히 공천 탈락 후보군인 정밀심사 대상이 아니던 이해찬 전 국무총리를 공천에서 전격 배제한 것은 김 대표가 친노 진영에 칼을 직접 들이댄 것으로 평가받았다.

특히 범친노인 정세균계는 직격탄을 맞았다.

정세균 이원욱 의원이 살아남은 반면 이미경 강기정 오영식 전병헌 의원이 공천에서 배제되고 최재성 의원은 불출마를 선언해 초토화됐다는 시각까지 있다.

86그룹 중에서는 전대협 1~3기 의장 중 오영식 의원(2기)과 임종석 전 의원(3기)이 탈락하고 이인영 의원(1기)만 공천을 받았다.

86그룹인 정청래 의원도 고배를 마셨다.

10여명의 '박원순 키드' 중에서는 기동민 전 정무부시장의 공천만 확정됐을 뿐, 나머지는 경선 탈락 내지 공천 전망이 불투명하다.

반면 친문(친문재인) 인사들은 외부 영입인사들이 다수 공천을 받거나 경선 대상에 올라 일정한 성과를 거뒀다는 시각이다.

이번 공천을 거치면서 한 묶음처럼 여겨지던 친노가 친노와 친문으로 분화됐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김종인 대표의 경우 비례대표 공천 과정에서 '김종인계'가 약진하며 수혜자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그러나 김 대표의 공언과 달리 계파주의 청산이 한계를 노출했다는 지적 또한 만만찮다.

친노와 86그룹을 집중 타깃으로 삼았지만 인사 일부가 컷오프되는 수준에 그치고 상당수는 공천을 받아 세력교체를 이뤘다는 평가를 받기에는 미흡하다는 시각이다.

이는 해당 계파나 세력 전체에 메스를 들이대는 정공법보다는 상징성있는 대표 인사를 공천에서 탈락시키는 소극적인 충격요법을 택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김종인식 개혁 공천'의 한계라고 볼 수 있는 부분이다.

김 대표의 극구 부인에도 불구하고 문 전 대표의 영입인사가 대거 살아남은 것을 놓고도 모종의 공감대가 형성된 결과 아니냐는 의구심이 끊임없이 나온다.

정가에서는 일부 친노에 대한 김 대표의 공천 배제를 문 전 대표의 '차도살인(借刀殺人. 남의 칼을 빌려 사람을 죽임)'이라는 말도 있다.

반면 야권이 더민주와 국민의당으로 분열돼 있고 더민주의 총선 승리 전망이 높지 않아 경쟁력있는 새 인물이 총선 참여를 꺼리는 상황에서 선택의 카드가 많지 않았다는 반론도 있다.

김 대표 측은 "상당수 지역은 친노나 86그룹이 단수후보로 신청했고, 복수 후보 지역 역시 이들을 능가할 만한 후보가 없어 선택의 여지가 별로 없었다"며 "당선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에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류지복 기자 jbry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