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르 리더십 지적에 "독단적으로 처리하는 상황 아냐"
'단칼 화법' 자제…평소보다 조용하고 차분한 목소리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 대표는 16일 박근혜 정부에 대해 "낙제라고는 할 수 없지만 정확한 점수가 몇 점이라는 얘기는 별로 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이날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개최된 관훈클럽(총무 이강덕 KBS 디지털뉴스국장) 초청 토론회에서 박근혜 정부를 점수로 평가해달라는 질문에 "실질적으로 점수를 매길 수 있는 업적이 따로 없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러나 박 대통령의 경제민주화 공약을 설계하는 등 '개국공신'이라는 평가를 받는 김 대표는 박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해서는 비판했다.

당 색깔인 파란색 넥타이를 맨 김 대표는 평소 현안에 대해 거침없이 툭툭 던지는 '단칼 화법' 대신 조심스럽고 차분한 목소리였고 준비한 모두발언을 애드리브 없이 그대로 읽었다.

자신의 전공인 경제 분야에서는 다른 질문보다 답변이 길어졌다.

그는 과거 야당과 달리 지도부에 대한 반대 목소리가 잠잠하다는 지적에 "지금 상황이 비정상이니 비대위를 만들지 않았겠나.

서로 공존하려면 이런 식으로 갈 수밖에 없겠다 해서 불평이 좀 덜 나오는 것 아니냐"고 설명했다.

그의 리더십을 러시아의 차르에 비유하는 등 독선적이라는 평가가 있다는 지적에는 "제가 독단적으로 뭘 처리하는 상황은 아니다.

그렇게 부르면 부르는가보다 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지난 대선 때 박 대통령과 가장 가까운 경제정책 입안자였다.

그때 지켜본 박 후보와 지금 박 대통령은 뭐가 달라졌나.

▲그때는 제가 조언을 하면 그걸 수행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자세를 보여 그리 믿었다.

물론 박 대통령 주변에 경제를 자문하는 사람들이 여러 사람 있었고 그 사람들은 저와 조금 다른 견해를 피력하는 사람들이었다.

그분들이 주류를 이뤄 지난번 대선에 약속한 경제민주화가 현실적으로 실현되지 않았다.

--박 대통령은 자기 뜻과 어긋난 사람을 보복해 무섭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지난 대선 때 그런 점을 느꼈나.

그랬다면 어떤 대목에서 그랬나
▲다소는 느꼈다.

대통령이 돼서 모든 권력이 자기 손에 있으니 쉽게 자기 뜻대로 가지 않나 생각한다.

경제민주화를 갖고 상당히 어색한 관계가 몇 번 형성된 적이 있다.

--박 대통령이 잘한 정책과 못한 정책은.
▲잘한 정책이 뭐냐고 딱 집어서 얘기할 수 있는 정책이 없는 것 같다.

잘못한 것 한 가지를 지적하면 대통령 선거 때 국민에게 약속한 것은 좀 제대로 지켰어야 하지 않나.

--현 정부 들어 정치민주화가 후퇴했다고 생각하나.

▲이건 굳이 제가 답변드리지 않아도 지난 3년 동안 우리나라 민주화가 어느 정도 확장됐느냐를 여러분이 판단하시면 아마 그게 더 정확하지 않겠나.

--새누리당의 공천갈등이 심화하고 있다.

▲언론보도를 보면 상당히 진통이 있는 것 같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런 점을 유권자들이 잘 판단하지 않겠나.

--새누리당 공천에서 유승민 의원의 측근이 배제된 것을 놓고 일종의 정치보복이 아니냐는 해석이 있다.

▲유 의원이 특별히 크게 잘못을 저질렀는지 회의적이다.

--여야 계보정치의 차이점은.
▲대동소이하다.

여당은 대통령의 영향력이 강해 계보가 잘 드러나지 않고 야당은 그런 막강한 힘을 가진 사람이 없어서 계보가 많이 드러난다.

--대선에서 우리나라 사회 장래와 진로를 고려할 때 가장 필요한 시대정신은.
▲이런 식으로 경제가 계속 운용되는 과정에서 양극화와 불평등 문제가 심화하면 실질적으로 어떤 사태가 발생할지도 모른다.

거대기업만 도와주면 그 여파가 밑으로 내려와 국민 전체가 행복할 수 있다고 했는데 지난 8년을 보면 그런 일이 안 일어났다.

이 문제를 제대로 인식하고 풀 사람이 결국은 시대정신에 맞는 지도자로 등장하지 않겠나.

--본인이 직접 대선 후보될 생각은 해본적 없나
▲내가 어떤 목표를 갖고 이 당에 온 사람이 아니다.

때문에 그런 질문에 꼭 답해야 되는지…
--총선후 여권이 개선을 추진할 것으로 생각하나, 개헌을 한다면 어떤 체제로 가야 한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하나.

▲새누리당에 마땅한 대통령 후보가 없어서 내각제로 개헌해 정권을 연장해보겠다는 취지에서 여권내 개헌 논의가 나온 것으로 생각한다.

아직 대통령에 뜻을 가진 분들은 개헌을 별로 원치 않는 것 같다.

30년 동안 대통령 5년 단임제를 유지했지만 별로 큰 성과가 나온 게 없다.

그렇지만 과연 내각제를 하면 정치를 감당할 인물이 있느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지금 대통령 취임한 지 2~3년만 지나면 언제 그만두느냐는 여론이 나오는데 4년 중임제 개헌해봐야 별로 나라에 도움이 안 될 것 같다.

이왕 정치 발전을 위해 생각한다면 내각제 밖에 생각할 수밖에 없다.

내각제는 정당과 정치인에 책임이 더 많이 돌아가기 때문에 정당과 정치인이 더 노력할 것이라는 측면에서 장기적으로 보면 내각제 권력구도가 좋다.

--당 안팎에서 김 대표를 러시아의 차르, 독불장군, 절대계몽군주라고 부른다.

▲저를 왜 차르에 비교하는지 모르겠지만 제가 독단적으로 뭘 처리하는 상황은 아니다.

세부적인 것을 자세히 몰라서 당에 오래 있었던 사람 의견을 청취한다.

제 마음대로 일 처리 안 한다.

그렇게 부르면 부르는가보다 한다.

--과거 야당은 전당대회에서 민주적으로 선출된 대표가 계파 반대로 수시로 바뀌었다.

김 대표는 문 전 대표가 영입한 지도자인데 과거와 달리 무슨 결정을 내리면 반발이 없다.

어떤 것이 정상인가.

▲지금 상황이 비정상이니 비대위를 만들지 않았겠나.

당이 오죽하면 외부 사람을 불러다 당을 수습해달라고 했겠나.

(당내에) 말이 별로 없다는 얘기는 속으로 말하기 싫어서가 아니라 지금 잘못하면 당이 완전히 와해하기 직전에 제가 왔기 때문에 서로 공존하려면 이런 식으로 갈 수밖에 없겠다 해서 불평이 좀 덜 나오는 것 아니냐.
여러 가지 불평·불만이 많이 나올 수 있는데 저는 오로지 국민이 선택할 수 있는 수권야당을 만들어야겠다는 일념으로 당에 봉사하고 있기 때문에 널리 이해해주시면 감사하겠다.

--이해찬 의원이 '친노 좌장'이라는 점이 이 의원을 공천에서 배제한 정무적 판단의 범주에 포함되나.

▲'친노 계파의 좌장이다' 그런 표현은 좀 쓰지 말아야 한다.

실질적으로 일반 국민 여론도 들어보고 선거구도를 어떻게 짜면 우리에게 다소 도움이 되겠느냐는 측면 여러 가지를 생각했다.

(서울연합뉴스) 김동현 기자 blueke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