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유권자보다 생존 위한 계파간 내부 싸움에만 매몰돼
與, 살생부·막말 등 잇단 파문…野, 선거연대 놓고 대혼돈
"결국 밥그릇 다툼"…20대 국회, 19대보다 '더 최악' 될까 우려


제20대 국회의원을 뽑기 위한 총선이 13일로 한 달 앞으로 다가왔으나 이번 총선은 이례적으로 여야가 모두 극심한 내부투쟁에 빠져 있다.

각 당의 집권 비전과 정책을 놓고 표심을 얻기 위해 경쟁하는 모습이 실종된 것은 물론 국정안정론이나 정권심판론 같은 거대 담론없이 각 당은 내부에서 생존을 위한 계파 싸움에 매몰돼 있는 양상이다.

또 여야가 선거구 획정을 놓고 정치적 이해득실을 따지며 대립하다가 이달 초에야 겨우 선거구획정안을 본회의에서 처리하면서 상당수 유권자는 자신이 어느 지역에 속하고, 어떤 후보가 자신의 지역구에 출마하는지 모르는 경우도 허다하다.

뿐만아니라 정치권에 대한 염증과 국민의 불신이 커지고 있지만 국민적 관심과 존경을 받아온 새로운 인물의 수혈도 신통치 않은 상황이다.

이 때문에 이번 총선은 정책과 비전, 새 인물이 없는 3무(無) 총선이라는 지적 속에 역대 '더 최악의 국회'가 탄생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우선 집권 여당인 새누리당은 대한민국호(號)를 어디로 끌고 가겠다는 방향 제시를 제대로 못하고 있다.

집권당으로서 안정된 국정운영을 위한 정책과 비전을 제시하고 유권자의 선택을 받기 위한 몸부림 대신 '진박'(眞朴·진짜 친박근혜계) 물갈이 논란이 벌어지면서 친박(친박근혜)과 비박(비박근혜)계간 무한 투쟁이 이어지고 있을 뿐이다.

양대 계파가 서로 유리한 공천룰을 확정하고, 자기 계파를 공천하기 위한 힘겨루기를 벌이는 사이 '공천 살생부'와 '사전 여론조사 유출', '윤상현 막말 파문'이 잇따라 터지면서 진흙탕 싸움이 벌어졌다.

애초 야권 분열이라는 반사 이익을 기대하며 '180석 확보'라는 전망을 내놨지만, 연속적으로 자초한 악재로 인해 이런 선거 전망은 '근거 없는 자신감'이 돼 버렸고 과반 확보도 어려운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야권 역시 수권 정당, 대안 정당으로의 확신을 주지 못한 것은 마찬가지다.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대표와 국민의당 안철수 공동대표 간 연대·통합 논쟁이 연일 언론 지면을 장식하며 두 야당이 '야권 통합'을 놓고 감정싸움으로 치닫고 있는 모습이다.

더불어민주당은 경제민주화를 바탕으로 한 '더불어성장론'을, 국민의당은 사회 격차 해소를 위한 '공정성장론'을 각각 주요 경제·사회 정책으로 제시하고 있지만 야권 통합 논란의 쓰나미에 묻혔다.

공천을 둘러싼 야권의 당내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더욱 복잡하다.

더민주는 공천 심사 과정에 친노(친노무현)-비노(비노무현) 간 패권 다툼이 치열해 여당을 긴장시킬 수 있는 정책적 비전이나 새로운 인물을 내세우지 못하고 있고, 제3세력으로 기대를 모았던 국민의당은 야권연대를 거부하는 안 공동대표와 야권연대를 주장하는 천정배 공동대표와 김한길 의원이 대립하면서 분당 위기에 처했다.

고려대 이내영 교수는 13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정치권이 국가의 주요 현안을 둘러싸고 해법을 달리하며 다툼을 벌이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라면서 "그러나 지금 정치권은 일자리와 같은 경제나 위기의 국가 안보 등에는 관심이 없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총선이 30일 밖에 남지 않았는데 여전히 공천 다툼과 대권 행보에만 관심이 있는 것"이라면서 "국민이 절박하게 생각하는 문제를 두고 싸우는 게 아니라 자신들의 밥그릇 다툼이기 때문에 유권자가 냉소적이 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서울연합뉴스) 안용수 기자 aayyss@yna.co.kr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