컷오프 심사대상 아니었지만 김종인 의지로 다시 심사
결론안나 공천심사 결과 발표도 지연…중진 2~3명도 컷오프 거론
패권주의 청산·야권통합 명분용인듯…탈락시 친노 맹반발 예상


더불어민주당에서 11일 친노(친노무현) 좌장격인 이해찬 전 국무총리의 공천 문제가 공천심사의 막판 최대 뇌관으로 떠올랐다.

이 전 총리는 현역 경쟁력 평가 하위 50%에 포함되지 않아 현역의원을 대상으로 한 2차 컷오프 심사대상에서 제외된 것으로 알려졌지만, 막판 이 전 총리를 탈락대상에 포함시킬지가 쟁점으로 등장하면서 격론이 벌어지면서 공천 발표가 지연되고 있다.

복수의 당 관계자에 따르면 이 전 총리는 공천관리위원회의 현역의원을 대상으로 한 정밀심사 대상자에 포함되지 않았다.

공관위는 3선 이상 중진의 50%를 경쟁력심사, 윤리심판원 징계자 등을 윤리심사 대상으로 올려놓고 이들에 대해 정밀심사를 벌이기로 했지만 이 전 총리는 해당사항이 없었다.

이에 따라 이 전 총리는 2차 컷오프 단계를 무난히 통과하고 단수후보 또는 경선대상으로 발표될 가능성이 매우 컸지만 막판 이 전 총리의 공천 배제 문제가 다시 논의되기 시작했다.

공관위 관계자는 "정밀심사 대상이 아니었지만 외부에서 여러가지 내용들이 다시 들어오고 있어서 더 정밀하게 들여다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당 지도부는 이날 오전 비상대책위원회를 열어 이 전 총리의 공천 문제를 논의하고 있지만 아직 최종 결론을 도출하지 못한 상태다.

공관위는 당초 이날 오전 비대위 보고절차를 거쳐 4차 공천심사 결과를 공개할 예정이었지만 이 전 총리에 대한 결론이 나지 않아 발표 자체가 늦어지고 있다.

이날 회의에서는 이 전 총리 외에도 공관위 가부투표가 실시된 중진 2~3명의 공천탈락 문제도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는 범친노인 정세균계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정세균 전 대표가 유능한 경제정당위원회 회의를 이유로 국회를 찾아 긴장감이 고조되기도 했다.

또 정세균계이자 친문(친문재인)인 최재성 의원은 김 대표를 면담하기 위해 당 대표실을 방문했다.

그는 전날 자신의 트위터에 "공천과정과 당 상황에 대해 제 의견을 많이 묻습니다"며 고통스런 심경이라고 밝힌 뒤 "내일이라도 김 대표를 만나서 진심으로 말씀드리겠다"고 적었다.

그는 기자들과 만나 이 전 총리 문제로 찾아왔느냐는 질문에 대답을 안한 뒤 정청래 의원의 공천배제에 대해서도 이야기할 계획이냐고 묻자 "네, 그거 포함해서…"라고 답했다.

이 전 총리 거취가 쟁점으로 떠오른 것은 김종인 대표의 의지가 작용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당 관계자는 "정밀심사 대상자가 아닌 현역을 컷오프하는 것은 공관위 권한을 넘어선 것"이라며 "결국 김 대표가 전략공천 20%를 행사할 수 있는 별도의 권한을 행사한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는 김 대표가 친노 패권주의 청산 의지를 피력했지만 지금까지 공천 과정에서 이렇다할 성과를 보여주지 못했다는 비판론에 직면한 것이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또 국민의당에서 통합이나 연대의 명분으로 친노 패권주의 해체를 직간접적으로 꼽고 있는 와중에 야권 통합론을 살리기 위해 이 전 총리를 불가피한 희생양으로 삼으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있다.

그러나 정밀심사 대상도 아닌데 무리하게 이 전 총리를 컷오프시킨다면 원칙없는 공천심사라는 비판론에 직면하고 '친노 학살'이라는 친노 진영의 반발을 불러올 수 있다는 점에서 부담이 될 수 있다.

이 전 총리가 탈락하면 세종시에 투입할 후보가 마땅찮다는 것도 고민이 될 수 있다.

공관위 핵심관계자는 "이 전 총리에 대한 여러 의견을 듣고 판단할 것"이라며 "이 문제는 공관위 판단을 넘어서 정무적 판단이 필요한 사항"이라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이 전 총리가 불출마를 선언하는 용단을 내려야 한다는 의견도 있지만 이 전 총리측은 "그럴 계획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류지복 기자 jbry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