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비 비리 백태…회계장부 '엉망'으로 '눈먼돈' 전락
마음대로 수의계약하거나 무자격 업체와 계약…피해는 주민몫

정부가 10일 발표한 전국 아파트 단지에 대한 첫번째 외부 회계감사 결과를 보면 아파트 관리비는 그야말로 '사각지대'였다.

회계 장부는 엉터리였지만 누구 하나 제대로 감시하는 사람도 없었고, 아파트 입주자 대표회장이 관리소장 등이 아파트 관리비를 자신의 '쌈짓돈'처럼 갖다 쓰는 경우도 다반사였다.

아파트 관련 공사 과정에서 관련 규정을 어기고 수의계약을 체결하거나 자격이 없는 업체와 계약을 체결한 경우도 비일비재했다.

◇아파트 관리비는 '쌈짓돈'…고질적인 비리는 횡령 = 입주자 대표회장이나 관리소장 등의 아파트 관리비 횡령이 가장 고질적인 비리였다.

일례로 정부는 2011∼2014년 충남의 한 아파트 관리비 통장에서 관리소장의 개인계좌로 3억7천만원이 이체되고, 현금으로 2억4천만원이 인출됐으며, 다른 계좌로 12억3천만원이 이체되는 등 총 20억원이 증빙 자료 없이 사용된 사실을 적발했다.

정부는 이 같은 회계 감사 결과를 지방자치단체에 전달했으며, 지자체는 실제로 비위 행위가 있었는지를 감사한 뒤 혐의가 발견되면 수사의뢰할 방침이다.

또 경북의 한 아파트의 경우 회계 장부에서 1억2천만원 상당의 오류가 발견돼 횡령이 의심된다고 정부는 밝혔다.

경기도의 한 아파트 관리소장 등은 공동전기료를 과다하게 부과한 뒤 초과금액 2천2백만원을 가로채고, 관리비 운영자금 출금전표를 조작해 1천400만원을 챙기는 등 총 5천여만원의 관리비를 마음대로 인출해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다른 경기도 아파트 역시 부녀회에서 아파트 관리자금 1천500만원을 임의로 사용했다가 이번 감사에서 적발됐다.

경북의 한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은 2013년 7월∼2015년 8월 아파트 공금통장에서 44차례에 걸쳐 6천100만원을 임의로 출금해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했다가 불구속 기소됐다.

이와 함께 광주의 한 아파트 관리사무소 경리직원은 2013년 7월∼2015년 5월 아파트 관리비 계좌에서 4천500만원을 인출해 개인 채무를 갚는데 사용하기도 했다.

◇계약규정 위반…피해는 고스란히 입주민에게 = 아파트 공사 관련 계약을 체결하는 과정에서 정당한 공개입찰을 거치지 않거나 자격 미달 업체와 계약을 체결하는 경우도 있었다.

서울의 한 아파트는 2013∼2015년 3차례에 걸쳐 1천600만원 규모의 승강기 보수·교체 공사 사업자 선정을 하면서 경쟁입찰을 해야 하는데도 기존의 업체와 수의계약을 체결했다.

이후 공사대금은 장기수선충당금에서 집행해야 하는데도 수선유지비로 지출한 뒤 입주자에게 관리비로 부과했다.

충남의 한 아파트는 2014년 10월 재활용수거업체 선정을 위한 입찰에 참여한 업체가 허위로 폐기물처리신고필증을 제출했는데도 그대로 사업자로 선정했다.

경남의 한 아파트는 2014년 전·현 입주자대표회의 구성원들간의 내부 갈등으로 제기된 소송 비용 1천400만원을 아파트 관리비에서 지출했다.

또 서울의 한 아파트 위탁관리회사는 관리비 통장에서 자금을 무단인출하고 월말에 인출 자금을 다시 입금하는 방법으로 5억원을 무단으로 사용했다.

(서울연합뉴스) 이한승 기자 jesus7864@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