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능· 용도·실물 여부에 언급 회피…"추가 분석 필요"
이춘근 박사 "내폭형 기폭장치인 듯…상당히 정교할 수도"


군 정보당국은 북한이 9일 노동신문을 통해 공개한 원형(구형) '핵탄두 기폭장치' 추정 물체의 실체가 정확히 무엇인지에 대한 판단을 유보했다.

국방부는 이날 '입장' 자료를 통해 "북한이 노동신문에 공개한 사진과 관련해 지금까지 북한이 소형화된 핵탄두와 KN-08의 실전능력을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평가한다"면서 "한미 정보당국은 이 문제를 정밀하게 추적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원형 핵탄두 기폭장치 추정 물체'가 탄두 속에서 어떤 기능을 하고 용도가 무엇인지, 실물 또는 모형인지에 대해서는 추가 분석이 필요하다면서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군은 북한이 지난 2006년 1차 핵실험 후 10년이 지나 핵탄두 소형화 기술을 상당히 확보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는 만큼 속단에 따른 위험성이 있다는 판단에 따라 신중한 입장을 보이는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군 정보당국은 북한이 지난 3일 300㎜ 신형 방사포 6발을 시험 발사했을 때도 정확한 기종을 파악하는 데 분석이 필요하다면서 '단거리 발사체'라고만 밝혔다.

일각에서는 천문학적인 규모의 국민 혈세를 투입해 대북 정보 수집·분석 자산과 인력을 확보하고도 북한이 근접 촬영해 공개한 물체의 실체도 파악하지 못한 것은 정보판단 능력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앞서 노동신문은 이날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핵무기 연구분야의 과학자, 기술자들을 만나 핵무기 병기화사업을 지도하는 소식을 전하면서 대륙간 이동식탄도미사일(ICBM)급인 KN-08의 탄두부분에 들어가는 것으로 보이는 원형 핵탄두 기폭장치 추정 사진을 공개했다.

지름 60~70㎝ 크기의 구(球)형인 이 물체는 표면에 반짝이는 동그란 조각이 수십개 붙어 있다.

상단 부위 네 곳에는 각각 3가닥의 전선이 꽂혀 있고 이들 전선은 하나의 케이블로 묶여 있다.

케이블 끝에는 다른 부위에 끼워 넣을 수 있도록 연결부위를 만들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 구형 물체가 '내폭형 기폭장치'로 보인다는 분석도 나왔다.

이춘근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사진만으로 사진 속 모형이 실제 핵탄두인지 알 수 있는 방법이 없다"면서도 "사진 속 모형은 내폭형 기폭장치로 보인다.

표면의 반짝이는 동그란 것들을 렌즈라고 치면 72개가 넘는 것 같은데 그렇다면 상당히 정교한 기폭장치"라고 주장했다.

그는 "기폭장치에 전원 케이블이 연결된 것은 동시에 폭발시키려면 전원이 필요하기 때문"이라며 "기폭장치 표면의 둥그런 '폭발 렌즈'가 많을수록 원형에 가깝고 이 렌즈가 많을수록 더 정교해진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귀근 기자 three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