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출마 文, 선거지원 시동…김종인 체제 총선 협력
노원출마 安, 통합논란에 "이미 결정난일" 정면돌파


야권의 간판 대권주자인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와 국민의당 안철수 공동대표가 총선을 앞두고 똑같이 '우공이산(愚公移山·어리석은 일처럼 보이지만 끝까지 노력하면 목표를 달성한다)'이라는 고사를 꺼내들었다.

둘 다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걷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이지만, 실제로 선택한 길은 총선 불출마와 현재 지역구 재출마로 확연히 갈렸다.

공교롭게도 지난해 당 혁신위원회는 나란히 당 대표를 지낸 이들에게 험지인 부산 출마를 권유했으나, 결과적으로는 둘 다 '마이웨이' 행보를 보이며 이 구상은 물거품이 됐다.

먼저 '우공이산' 고사를 쓴 것은 불출마를 선언한 문 전 대표다.

연초 대표직에서 물러나 경남 양산 자택에서 휴식을 취하던 문 전 대표는 지난 5일 페이스북에 "신영복 선생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퇴임을 앞두고 노 전 대통령에 '우공이산'이란 글을 써줬다"고 소개했다.

이와 함께 "신 선생은 제가 대선에서 패배해 좌절해 있을 때 '처음처럼' 글씨가 담긴 서예작품도 선물했다"고 전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문 전 대표가 자신만의 방식으로 묵묵히 당의 총선을 돕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 아니냐는 해석이 흘러나왔다.

실제로 문 전 대표는 비공식적으로 선거 지원에 나설 채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 전 대표 측의 한 인사는 "열세지역을 중심으로 도와달라는 요청이 들어오고 있다"며 "경선지역이 아닌 단수지역 위주로 방문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당내에서는 문 전 대표의 선거 지원이 예정된 수순이라는 반응도 나온다.

문 전 대표는 사퇴하면서 "총선 결과에 무한책임을 지겠다"고 밝힌 만큼, 김종인 지도부가 치러내는 총선에 협력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주장이다.

안 대표도 8일 현지역구인 노원을에서 재선 도전을 선언하며 '우공이산'을 거론했다.

그는 선언문에서 "우공이산의 믿음으로 뚜벅뚜벅 걸어가겠다.

그 길에 한번 더 동행해 달라"고 당부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안 대표가 사용한 '우공이산'과 문 전 대표가 사용한 '우공이산'은 미묘하게 다른 뜻을 담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야권 관계자는 "국민의당의 경우 최근 통합론을 두고 내홍에 휩싸여 있다"며 "문 전 대표의 발언이 자신만의 방식으로 선거를 돕겠다는 것이라면, 안 대표의 발언은 끝까지 독자노선 소신을 굽히지 않고 논란을 정면돌파 하겠다는 의지로도 해석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안 대표는 당내 지도부간 파열음 속에서도 '통합불가론'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이날 김한길 선대위원장이 "패권주의 청산의 진정성을 담보하는 일이 선행돼야 야권의 개헌선 저지를 위한 뜨거운 토론이 있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 것에 대해서도, 안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이미 의원총회와 최고위원회를 거쳐 결정이 난 사항"이라며 여지를 두지 않는 반응을 보였다.

안 대표 측 관계자는 "지금 통합이나 연대를 하자는 것은 국민의 신뢰를 잃은 기존 야당의 문제점을 덮어두자는 뜻"이라며 "기득권 양당 구도를 깨는 일을 여기서 멈출 수는 없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임형섭 기자 hysup@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