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2년 14대 총선부터 기호 2번 싹쓸이
17대 때만 '탄핵역풍'으로 기호 3번이 석권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이 광주·전남 등 호남 텃밭에서 결투하면서 일명 '기호의 정치학'이 주목받고 있다.

기호의 정치학이란 특정지역에서 오랫동안 유권자들에게 각인돼온 기호를 얻는 정당이 다소 유리할 수 있다는 논리로 광주 선거구를 기준으로 역대 총선 결과가 눈길을 끌고 있다.

소선거구제가 처음 도입돼 1988년 치러진 제13대 총선에서 정당별 기호는 민주정의당 1번, 통일민주당 2번, 평화민주당 3번, 신민주공화당 4번이었다.

당시 김대중 총재가 이끈 평화민주당은 '황색 돌풍'에 힘입어 후보마다 90%에 육박하는 득표율로 광주에서 5석을 석권했다.

이어 1992년 치러진 제14대 총선에서는 민주당이 기호 2번을 받아 광주에서 6석을 석권한 이후 2004년 17대 총선을 제외하고 20여 년간 기호 2번이 거의 싹쓸이하다시피 했다.

17대 총선에서는 새천년민주당이 기호 2번을 받았으나 노무현 대통령 탄핵 역풍을 맞아 집권여당인 기호 3번 열린우리당에게 광주 7석을 모두 내줬다.

여론조사 관계자는 7일 "선거과정에서 탄핵 역풍이라는 충격 효과가 있었던 17대 총선을 제외하고 광주·전남 유권자들은 20년 이상 기호 2번에 익숙해져 있다"며 "정당과 후보를 자세히 분석하지 않고 투표장에 임하는 일부 중장년층을 중심으로 한 '묻지마 2번 '투표 경향성을 보였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2014년 광주시장 선거 때 전략공천을 받아 논란을 빚은 새정치민주연합 윤장현 후보가 60% 가까운 득표율로 승리한 것도 기호 2번 효과도 있었다는 분석이 나왔었다.

이번 20대 총선에서는 어떤 기호효과가 나타날지 관심을 끌고 있다.

이변이 없는 한 새누리당 1번, 더불어민주당 2번, 국민의당 3번이 확실시된다.

더불어민주당 관계자는 "호남에서는 야권을 대표하는 정당 기호가 2번"이라며 "박빙의 승부가 펼쳐지는 선거구에서는 기호 2번 효과를 톡톡히 볼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당 관계자는 "호남에서 기호만 놓고 보자면 3번이 2번보다 유리하다고 할 순 없지만, 본격 선거운동이 시작하면 국민의당 바람이 불면서 국민의당에 대한 유권자들의 반응이 폭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광주연합뉴스) 전승현 기자 shch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