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천 면접심사서 '이한구 공천전략' 반박…당원명부 논란도 충돌
경쟁 후보들의 비례대표 권유에 김무성 "마지막 출마"
공관위원에 "차렷 경례" 인사…개별면접 없이 20분만에 종료
최경환·유기준·김재원 등 친박핵심들도 면접…종료시간 3시간 늦어져


김무성 대표와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이 공천신청 후보자와 공천면접심사관으로 '외나무다리'에서 마주 앉은 6일 새누리당의 공천 면접 심사장에는 팽팽한 긴장감이 흘렀다.

여당 대표가 다른 공천신청자들과 마찬가지로 공천관리위원들 앞에 나와 직접 면접심사를 받는 것은 아주 이례적인 일이다.

김 대표는 이날 오전 여의도 당사에 들어설 때는 여유 있는 모습으로 다른 대기자들과 인사를 나누는 등 여유 있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비공개로 진행된 면접심사에선 이 위원장과 한 때 날 선 질문과 답변을 주고받으며 대립하는 등 신경전을 벌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지난 4일 공관위가 경북 구미을의 김태환 의원을 '컷오프(공천배제)'하고 단수 추천지로 선정한 데 대한 공관위원의 질문이 나오자 김 대표는 즉각 이런 결정에 부정적 태도를 보였다고 복수의 참석자들이 전했다.

한 공관위원이 "1차 공천 발표가 상향식 공천 정신에 훼손됐다고 생각하느냐"는 취지로 질문하자 김 대표는 기다렸다는 듯 작심발언으로 응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표는 먼저 "선거에 이기는 전략으로서 보수·우파 세력이 분열되지 않아야 한다"면서 "그게 국민공천제이고, 상향식 공천은 민주주의의 완성으로 밀고 나가겠다"고 강조한 것으로 복수의 참석자들이 전했다.

그러면서 단수추천 지역에 대해 김 대표는 "그 결정은 그들이 다 이긴다고 본 것일 텐데 그렇다면 빨리 여론조사 경선을 붙여서 공천을 주면 되지 왜 단수추천으로 하려고 하느냐"면서 "그러면 2, 3등 하는 후보들이 지지율은 낮겠지만 불복하고 탈당해서 출마하는 기회를 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경선 지역을 줄이고 대신 우선추천지역을 광역시·도별로 폭넓게 선정하겠다는 이 위원장의 구상을 더는 확대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 책상 하나를 사이에 두고 공관위의 결정에 강력히 반발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 대표는 또 "수도권은 단 몇 퍼센트의 득표가 아쉬운데 그 사람들(탈락한 후보)이 아무리 약해도 4∼5%는 가져가기 때문에 단수추천 전략은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양측의 신경전은 '유령 당원명부' 논란으로 이어졌다는 후문이다.

김 대표가 "우여곡절 끝에 당원 대 국민 비율이 30:70으로 됐는데 룰을 자꾸 바꿔서야 되겠느냐"고 지적하자, 이 위원장이 "당원명부가 40%나 틀린다는 지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상향식 공천의 한계를 지적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에 김 대표는 "나는 그렇게 생각지 않는다.

일부 틀린 데도 있겠지만 그렇게 많이 틀리지 않았다"면서 "그리고 특히 우리한테 필요한 것은 책임당원 명부인데 이는 조사를 해보니 다 맞았다"고 물러서지 않았다.

이에 이 위원장은 "인식에 차이가 있다"고 동의하지 않으면서 설전이 이어졌다.

면접에서 김 대표는 경선 방식과 관련, "다른 후보가 원한다면 내 지역에서는 100% 국민경선으로 해도 된다"며 상향식 공천 정신을 주도적으로 역설하기도 했다.

또 김 대표는 경쟁 후보들이 비례대표로 출마해 전국 유세를 하는 게 총선 전략상 유리하다고 제안하자 "이번 출마가 정치인생의 마지막"이라면서 "다음에는 후배들한테 민주적인 방법으로 자리를 주겠다"며 거부했다.

면접은 20여 분만에 끝났으며, 김 대표를 상대로 '살생부' 파동에 대한 질문이 예상됐으나 관련 질문은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김 대표는 면접장에 들어서면서 다른 후보들에게 "인사하자. 차렷, 경례"라고 공관위원들에게 인사했다.

황진하 사무총장은 김 대표가 들어서자 일어서서 허리를 숙여 예의를 표시했지만, 이 위원장은 자리에 앉은 채 "어서 오십시오"라고 짤막한 인사만 건넸다.

김 대표는 면접을 마친 후 면접을 기다리던 친박 핵심 유기준 의원과 우연히 만났다.

유 의원은 "대표님 수고하셨습니다"라고 깍듯이 인사했고, 김 대표는 "넥타이가 비뚤어졌다"며 직접 바로 잡아줬다.

김 대표와 유 의원은 2007년 대선 당시 박근혜 대선 캠프에서는 한솥밥을 먹었으나 이후 정치적 분화 과정에서 다소 불편한 게 사실이다.

유 의원뿐 아니라 박근혜 정부에서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지낸 최경환 의원, 청와대 정무특보를 역임한 김재원 의원까지 친박계 핵심 인사들이 줄줄이 면접을 치렀다.

김재원 의원은 면접을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당내에서 친박과 비박 간 갈등이 있는데 정무특보로서 제대로 역할을 했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받았다"며 "미흡하게 한 것은 틀림없는데 그렇게 된 과정에 대해서 설명을 드렸다"고 전했다.

선거구 조정으로 한 지역구에 2명의 현역 의원이 있는 경북 영주·문경·예천(장윤석 대 이한성)과 상주·군위·의성·청송(김재원 대 김종태) 지역 면접에서도 팽팽한 신경전이 펼쳐졌다.

이처럼 거물급 인사들이 대거 면접에 참석하고 일부 지역에선 날카로운 기 싸움이 오가면서 당초 오후 4시 마무리될 예정이었던 이날 면접은 오후 7시가 다 돼서야 끝이 났다.

(서울연합뉴스) 안용수 현혜란 기자 aayys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