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적은 시에라리온…제재 대상 北선박 31척에 포함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 결의에 따라 필리핀 당국이 몰수한 북한 배 '진텅호'는 선적을 아프리카 시에라리온으로 등록한 '국적 세탁' 선박이다.

북한이 선주가 선박의 국적 세탁을 위해 자국이 아닌 제3국에 등록하는 '편의치적'(便宜置籍) 방식에 따라 시에라리온 선적으로 바꾼 것으로 정부 당국은 5일 분석했다.

화물 및 여객선의 해상 이동 상황을 실시간으로 알려주는 마린트래픽 사이트에도 진텅호의 선적은 시에라리온으로 나온다.

서류상으로는 배의 국적은 북한이 아닌 것이다.

그런데도 필리핀 당국이 진텅호를 몰수한 것은 지난 3일 채택된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 2270호가 근거가 됐다.

안보리 결의 2270호는 북한 해운사인 '원양해운관리회사' 소속 선박 31척의 명칭과 국제해사기구(IMO) 등록번호를 부속서에 명시하고 이들 선박을 자산동결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번에 몰수된 진텅호도 여기에 포함되어 있다.

필리핀 당국이 배의 국적과 무관하게 이 선박의 IMO 등록번호를 기준으로 안보리 결의에 따라 몰수를 결정한 것으로 분석된다.

정부의 한 소식통은 "몰수된 진텅호가 편의치적 제도를 활용해 실질적인 소유관계를 위장한 배로 파악되고 있다"고 말했다.

편의치적은 선주가 선박을 자국이 아닌 제3국에 등록하는 것으로 보통 자국 선원 의무고용률을 피하고 세금을 절약하기 위한 편법 수단으로 활용된다.

북한은 이를 각국의 제재를 피하기 위한 방편으로 삼아왔다.

실제로 관련 사이트를 통해 확인한 결과 안보리 결의가 제재 대상으로 삼은 총 31척 가운데 진텅호를 포함해 10척이 다른 나라 국적으로 등록된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는 탄자니아, 캄보디아 등 주로 북한과 우호 관계가 있는 국가들이 동원됐다.

정부 관계자도 "진텅호의 선적은 시에라리온으로 되어 있다"면서 "편의치적선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는 "유엔 결의에 IMO 등록번호가 명시됐기 때문에 아무리 위장하고 선적을 바꿔도 선박 번호만 맞으면 추적해 잡을 수 있다"면서 "다만, 진텅호의 구체적인 운용 목적에 대해서는 아직 확인된 부분이 없다"고 말했다.

진텅호는 1997년 일본 사세보중공업이 건조한 화물선으로, 길이 99m에 선폭 17m 규모로 알려졌다.

2013년 3월까지 한동안 '금용2'(KUMYONG2)라는 명칭을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

재화중량(안전 항행이 가능한 최대 적재량) 6천830t에 홍콩 침사추이에 주소를 둔 '골든 소어 개발'이 소유주로 등록되어 있다.

당초 진텅호는 인도네시아에서 주로 동물사료로 쓰이는 팜오일 가공 부산물을 싣고 왔으며 이를 내린 뒤 중국 장장항으로 떠날 예정이었다.

과거 주요 입항 기록을 보면 중국 장쑤성, 산둥성, 홍콩 등지로 나타났다.

(서울연합뉴스) 이상현 김효정 기자 hapyr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