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종인·안철수, 손은 잡았지만… >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왼쪽)와 안철수 국민의당 상임 공동대표가 4일 서울 청담동 프리마호텔에서 열린 호남향우회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안 대표 앞은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연합뉴스
< 김종인·안철수, 손은 잡았지만… >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왼쪽)와 안철수 국민의당 상임 공동대표가 4일 서울 청담동 프리마호텔에서 열린 호남향우회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안 대표 앞은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연합뉴스
국민의당이 4일 4·13 총선 승리를 위해 야권통합을 하자는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의 제안을 거부하기로 했다.

안철수 상임공동대표와 천정배 공동대표, 김한길 상임 공동선거대책위원장과 소속 의원들은 이날 서울 마포 당사에서 의원총회-최고위원 연석 회의를 열어 이같이 결론을 내렸다. 이에 따라 4·13 총선은 새누리당과 더민주, 국민의당 등 ‘일여다야(一與多野)’ 구도로 치러지게 됐다.

안 대표는 비공개 연석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더 이상 통합에 대한 논의는 불가하다고 모두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그는 “이견이 있었느냐”는 질문에 “없었다. 이번 일을 계기로 우리의 불꽃을 다시 살리자는 각오를 다지게 됐다”고 강조했다. 총선 연대 가능성에 대해서는 “그런 논의는 하지 않았다”며 “나름대로 모든 분의 말씀을 듣고 통합은 불가능하다고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수도권 연대 가능성에 대해 유보한 거냐는 질문에 “없다”고 답한 뒤 자리를 떴다.

통합 가능성을 열어뒀던 천 대표도 “우리 당 소속 모든 국회의원과 최고위원들이 각자 자기 의견을 밝혔다”며 “큰 이견 없이 통합 논의는 불가하다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뜨거운 토론을 했다”며 “많은 고민이 있었다”고만 했다. 문병호 의원은 “수도권에서의 선거 연대도 하지 않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독자행보를 하기로 했다”고 강조했다.

유성엽 의원은 “합당은 때도 맞지 않는, 전혀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며 “거의 대부분 의원이 우리 당의 이념과 비전을 위해 모든 것을 내려놓고 혼연일체로 열심히 하자는 의견을 나타냈다”고 말했다.

김종인 더민주 대표가 지난 2일 야권통합을 제안한 뒤 국민의당 내부에서는 찬성과 반대가 엇갈리면서 통합논란을 벌여왔다. 이에 안 대표는 “국민의당에 대한 정치적 공격이고 비열한 공작, 경악스러운 발언, 쿠데타적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천 대표는 새누리당 과반의석 확보저지가 최우선 목표라며 통합에 대해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김 위원장도 통합 논의 가능성을 열어놓으면서 국민의당 지도부는 창당 한 달여 만에 위기를 맞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됐다.

국민의당은 혼선이 이어지자 4일 오후 8시께부터 약 1시간35분 동안 의원총회·최고위원 연석회의를 열고 당내 의견을 수렴했다.

국민의당이 안 대표의 뜻대로 야권통합을 받아들이지 않기로 결정하면서 세 사람의 갈등은 일단 수면 아래로 내려갔다. 그러나 공천 문제 등을 놓고 이미 갈등을 벌여 온 만큼 안 대표와 천 대표-김 위원장 간 마찰은 언제든지 불거질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당 안팎에선 안 대표의 위기론이 제기되고 있다. 지지율은 추락하고 ‘일여다야’ 총선구도에서 수도권 필패론 등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조선일보와 미디어리서치가 4일 수도권 유권자(495명)를 대상으로 정당 지지도를 조사한 결과 국민의당 지지율은 서울에서 3.7%, 인천·경기에서 각각 3.4%에 불과했다. 새누리당은 서울 30.8%, 인천·경기 31.4%, 더민주는 서울 25.5%, 인천·경기 24.7% 등으로 나타났다.

김 대표는 총선 구상이 어그러지게 됐다. 수도권은 이번 20대 총선 253석 가운데 절반 가까운 122석을 차지한다. 더민주 총선기획단 관계자는 “19대 총선 기준 112개 수도권 선거구에서 현재까지 87개 선거구에서 두 야당이 후보를 냈다”며 “이대로 라면 야권이 갖고 있는 수도권 62석 대부분을 잃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국민의당의 통합 거부 결정에 대해 김성수 더민주 대변인은 “유감이다. 야권이 단합해 거대 새누리당의 1당 독재를 막아야 한다는 국민적 열망을 외면한 처사”라고 비판했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