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통합 불가…제3당 체제 안착이 우선
천정배·김한길 "고민 필요"…與과반 저지가 관건


국민의당이 '통합'이라는 단어 하나 때문에 벌집 쑤시듯 어수선해졌다.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 대표가 지난 2일 국민의당을 향해 야권 통합을 전격 제안한 이후 창당 주역별로 확연한 시각차를 보이며 양분되는 양상을 보였기 때문이다.

안철수 공동대표는 김 대표의 제안에 대해 '비겁한 정치공작'이라고 강하게 반발한 반면 천정배 공동대표와 김한길 공동선대위원장은 고민과 토론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세 '창업주'는 4일 오전 조찬 회동을 갖고 김 대표의 제안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지만 뚜렷한 결론을 내지 못해 결국 이날 밤 의원총회-최고위원 연석회의로 결론을 미뤘다.

이런 불협화음은 기본적으로 통합과 연대를 바라보는 관점 차이에서 초래됐고, 특히 창당의 기치로 내건 '제3정당'의 목표와 종착지를 바라보는 근본적인 시각차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다.

안 대표는 양당 독식체제 극복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어 '제3당'의 출현을 통한 다당제 정치구조를 정립하려면 더민주와의 합당은 절대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특히 '새정치'를 표방하고 신당 창당을 주도해온 안 대표 입장에서 더민주로의 회귀는 새정치의 좌절 내지 포기로 읽힐 수 있다는 점에서 사실상 선택할 수 없는 카드다.

반면 천 대표와 김 위원장은 다당제도 필요하지만 새누리당의 과반의석 확보 저지에 최우선 목표를 둬야 한다는 입장이다.

야권 분열 상태에서 총선을 치르면 박빙 승부가 허다한 수도권 패배로 이어지고 이는 곧 새누리당의 '어부지리'로 이어지기 때문에 이런 상황만큼은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합당 형태가 아니더라도 후보단일화를 위한 선거연대가 그나마 안 대표와 천 대표·김 위원장 간 절충안이 될 수 있지만 안 대표는 선거연대에도 부정적 시각을 피력하고 있는 상황이다.

양측의 입장차는 국민의당 소속 의원 개개인의 총선 당선 전략과도 직결돼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당은 창당 이후 지지율 하락곡선을 그리고 있지만 뚜렷한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해 수도권 의원은 물론 텃밭이라고 여기던 호남에서의 당선조차도 장담하지 못하는 상황이라는 위기의식이 있다.

따라서 소속 의원들 입장에서 보면 당면 목표인 20대 총선 당선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더민주와의 통합이나 연대가 새로운 활로로 여겨질 수 있다.

김 대표가 통합론을 꺼낸 이후 국민의당이 쉽사리 단일한 입장을 정리하지 못하고 양분된 모습을 보인 것도 이런 위기감이 반영됐다는 시각이다.

실제로 통합론이 제기되기 전에 김종인 대표와 김한길 위원장 간 모종의 접촉이 있었다는 말이 나오는 것도 이런 관측에 힘을 싣는다.

김 대표가 친노(친노무현) 패권주의 청산 의지를 거듭 밝히는 것은 이러한 교감 하에 국민의당이 통합이나 연대 논의에 응할 수 있도록 명분을 제공하려는 차원이라는 것이다.

국민의당 관계자는 "통합 제안이 당내에서 수용될지 안될지는 미지수"라며 "그러나 총선 승리의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한다면 통합이든, 연대든 언제든지 더민주와의 협력 문제가 나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류지복 조성흠 기자 jos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