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 너머'를 보여줬다"는 평가까지…'식물국회' 논란
"20대 국회서 선진화법 고쳐야" vs "제왕적 대통령제가 근원"


국회가 3일 새벽까지 본회의를 열어 테러방지법을 비롯해 선거구획정안을 담은 공직선거법, 북한인권법 등 계류 법안들을 일사천리로 처리하면서 19대 국회의 입법 활동이 사실상 매듭됐다.

이번 임시국회 회기가 오는 10일까지이고, 새누리당은 9∼10일 중 본회의를 한 차례 더 열어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노동개혁 4법 등 각 상임위원회에 계류돼 있는 미처리 쟁점 법안들을 처리하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야당에선 이를 '야당 압박용'이라며 기존 입장을 고수한 채 심의에 적극 응할 태세가 아니어서 추가로 본회의가 열릴지 불투명한 상황이다.

테러방지법 처리 과정에 있었던 '필리버스터 대치 정국'으로 여야 간 감정의 골이 깊어진 측면도 무시할 수 없다.

전날 4·13 총선 선거구 획정안이 가결된 만큼 법안 처리에 대한 여야 의원들의 관심도 현저히 떨어진 상태다.

이에 따라 여야가 4·13 총선까지 선거운동에 매진하다보면 19대 국회는 사실상 마무리 국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총선이 끝난 후 마지막 임시국회가 소집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지만 불투명하고, 총선 결과에 따라 유동적이다.

지난 2012년 출발한 19대 국회에 대한 정치권 안팎의 평가는 '역대 최악'이라는 게 지배적이다.

국회의 기본 책무인 법안 생산성이 저조했고, 정부 예산 심의도 엉성하게 이뤄졌다는 이유에서다.

이옥남 바른사회시민회의 정치실장은 "19대 국회는 그냥 '최악의 국회'가 아니라 '최악 너머'를 보여줬다"며 "그 뿌리에는 다수결이라는 민주주의의 근본적 원칙을 저버린 '국회선진화법(현행 국회법)'이 있다"고 지적했다.

선진화법은 여야가 사사건건 몸싸움을 벌이고 직권상정, 날치기, 장외투쟁 등으로 얼룩지는 '동물국회'를 예방하는 목적으로 18대 국회 막판에 만들어져 19대 국회부터 적용됐다.

그러나 새로 도입됐던 선진화법을 막상 적용해 보니 19대 국회는 여야가 맞서면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하는 '식물국회'로 전락했다는 비판을 낳았다.

여당에선 법안 처리가 지연되는 사태를 들어 '야당 결재법'이라고 비꼬았고, 야당에선 나라 살림이 정부 입맛대로 책정된다며 '정부 독재'를 문제 삼았다.

이 실장은 "20대 국회의 첫 과제는 선진화법 폐해를 고치는 것"이라고 규정했다.

19대 국회 들어 몸싸움은 사라졌지만, 여야의 정쟁은 오히려 격해져 주요 고비마다 국회는 '냉전' 상태가 됐다.

개원(開院) 첫해를 대선 국면으로 시작한 19대 국회는 이듬해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의혹과 제2차 남북정상회담 북방한계선(NLL) 대화록 논란으로 여야는 힘겨루기만 반복했다.

2014년엔 '세월호 참사'에 따른 여야 공방으로, 지난해는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와 역사교과서 국정화 논란으로 국회가 수시로 멈춰서는 등 정쟁의 볼모가 됐다.

여권에서는 이런 현상이 반복되지 않으려면 선진화법 개정으로 법안 처리 요건을 완화해서 국회의 생산성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반면에 야당을 중심으로 일각에서는 국회만의 문제가 아니라 정치제도의 근본적인 체질 개선, 즉 권력구조와 선거제도를 개편하는 헌법·선거법 개정이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이른바 쟁점법안 처리를 놓고 여와 야, 청와대와 야당이 무한 대치한 것은 지나치게 강력한 대통령의 권한과 총선을 앞두고 법안 처리도 당리당략에 좌우될 수밖에 없는 정치 구도가 만들어냈다는 것이다.

유용화 정치평론가는 "모든 문제의 근원에는 '제왕적 대통령제'가 있다.

분권형 대통령제로의 전환이 논의될 시점이 됐다"며 "차기 대권후보나 정당 간 이해관계가 얽힌 개헌 문제가 20대 국회에서 어떻게 논의될지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홍정규 기자 zhe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