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신만고 끝에 북한인권법 등 40여개 법안 처리

필리버스터 192시간만에 종료
야당 테러방지법 수정안은 부결

국회선진화법 개정도 '불발'
새누리 "9~10일 본회의 요청"
< 표결 거부하고 퇴장하는 야당 의원들 > 새누리당이 발의한 ‘국민보호와 공공안전을 위한 테러방지법안’이 2일 밤 12시 직전 정의화 국회의장의 직권상정으로 본회의 표결에 들어가자 야당 의원들이 일제히 퇴장하고 있다. 이날 테러방지법은 여야 모두 수정안을 제출했지만 과반수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새누리당 안이 통과됐다. 연합뉴스

< 표결 거부하고 퇴장하는 야당 의원들 > 새누리당이 발의한 ‘국민보호와 공공안전을 위한 테러방지법안’이 2일 밤 12시 직전 정의화 국회의장의 직권상정으로 본회의 표결에 들어가자 야당 의원들이 일제히 퇴장하고 있다. 이날 테러방지법은 여야 모두 수정안을 제출했지만 과반수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새누리당 안이 통과됐다. 연합뉴스

야당의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 중단으로 테러방지법과 4·13 총선 선거구획정안을 담은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2일 밤 늦게 국회 문턱을 넘었다. 9일간의 필리버스터를 거친 뒤에도 테러방지법 처리는 진통을 겪었다.

여야는 이날 본회의에서 주호영 새누리당 의원 등이 발의한 ‘국민보호와 공공안전을 위한 테러방지법 수정안’과 이종걸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발의한 ‘테러방지법 수정안’을 동시 상정해 표 대결을 벌였다. 야당 수정안은 부결됐고, 여당 안은 출석 의원 157명 중 찬성 156명, 반대 1명으로 가결됐다. 더민주 의원들은 야당 안이 부결된 직후 전원 퇴장했다. 이날 본회의에서는 북한인권법과 기업구조조정촉진법, 대부업법 개정안 등 여야가 합의한 40여개 법안도 통과됐다.

하지만 정부와 새누리당이 입법을 추진 중인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과 노동개혁 4법 처리는 기약 없이 미뤄졌다. 이른바 ‘식물 국회’를 개선하기 위한 국회선진화법(국회법) 개정도 불발됐다. 새누리당은 총선 후에라도 국회를 소집해 이들 법안을 처리한다는 방침이지만 총선을 불과 40여일 앞둔 여건 등을 감안할 때 19대 국회 임기 내(5월29일까지) 이들 법안의 처리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새누리당은 오는 10일까지인 2월 임시국회 내 본회의를 다시 소집해 서비스발전법과 노동개혁법을 처리하겠다는 방침이다. 조원진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오는 9~10일 본회의를 요청하겠다”고 말했다.

테러방지법 처리를 둘러싼 여야 대치 후유증과 총선일정을 감안할 때 이들 법안을 협상 테이블에 올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여야는 서비스발전법과 노동개혁법의 주요 쟁점에 대해 의견 접근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서비스발전법은 법 적용 대상에서 보건의료 분야를 제외할지를 놓고 접점을 찾지 못했다. 파견근로자법 등 노동개혁법에 대해서도 새누리당은 일자리 창출을 위해 필요하다고 보는 반면 더민주는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법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국회선진화법 개정안도 비슷한 상황이다. 국회의장의 직권상정 요건을 완화하는 새누리당 안과 신속처리안건 지정 요건을 완화해 법안 처리 속도를 높이는 정의화 국회의장 안이 제출돼 있지만 아직 본회의에 오르지도 못했다.

새누리당은 최악의 경우 총선 후 임시국회를 다시 소집해 서비스발전법 등을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총선에서 낙선한 의원까지 모두 동원해 본회의 표결 처리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총선 후에라도 19대 국회 임기가 끝나는 오는 5월29일까지 한 차례 국회를 열 수 있는 시간은 있다. 18대 국회에서도 19대 총선이 끝난 뒤인 2012년 5월2일 본회의를 열어 국회선진화법을 처리한 선례가 있다. 총선 후에도 법안 처리가 무산되면 서비스발전법과 노동개혁법, 국회선진화법 개정안은 19대 국회 임기 종료와 함께 자동 폐기된다.

이날 야당의 필리버스터는 38번째 발언자로 나선 이종걸 원내대표를 끝으로 중단됐다. 지난달 23일부터 지속해 온 야당의 필리버스터 시간은 192시간25분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7시1분부터 오후 7시32분까지 발언해 12시간31분의 국내 최장 필리버스터 기록을 세웠다. 이 때문에 당초 오전 개최 예정이었던 본회의는 밤 9시가 넘어서야 열렸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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