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부 빵점이다" 비판…"이종걸 불출마하라" 요구까지
더민주, 논란끝 출구전략 찾기…로텐더홀서 피날레 세리머니
김종인 "선거결과 책임은 우리가 지는 것"…박영선, 눈물의 호소


더불어민주당은 1일 테러방지법 처리 저지를 위한 국회 본회의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 중단을 최종 결정할 때까지 큰 진통을 겪었다.

김종인 비상대책위 대표를 비롯한 비대위원들은 전날 밤 심야 비대위 회의에서 '필리버스터 계속' 입장을 피력해온 이종걸 원내대표를 설득해 이날 오전중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김 대표가 "원내대표가 이 선거판을 책임질 것이냐"고 일갈하고 비대위원들도 옆에서 적극 거든 결과였다.

이에 따라 이 원내대표는 오전 9시 기자회견을 열어 이 같은 입장을 공식 발표할 예정이었지만 회견 시작 9분 전에 기자들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내 회견 연기 사실을 알렸다.

이는 이 원내대표 자신이 계속하자는 생각이 강한데다 중단 결정이 알려진 후 필리버스터에 참여한 의원들을 중심으로 반발이 나온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은수미 의원은 자신의 트위터에 글을 올려 "시작은 우리가 했으나 필리버스터는 야당만의 것이 아니다"며 의총 소집을 요구했고, 배재정 의원도 "황당하다.

지지해준 국민과 의원들의 진심에 등 돌려선 안된다"고 반대 입장을 밝혔다.

이학영 의원도 "힘이 없어 쓰러질 때 쓰러지더라도 이렇게 그만둘 수는 없다"며 "생각과 말까지 억압하는 법을 만들어 장기집권을 꿈꾸는 세력에게 무참히 짓밟힐 수는 없다"며 이 원내대표가 직을 걸고 버틸 것을 요구했다.

이런 가운데 이 원내대표는 의총 시간을 오후 6시30분으로 늦춰잡았다.

상당수 의원들이 지역구에 머물고 있고, 선거운동에 바쁠 것이라고 보고 저녁 시간대로 정한 것이다.

그 사이 더민주는 필리버스터 중단 시점을 밤 12시로 정하고 설득작업에 들어갔다.

토론신청자 46명 중 일부에게 토론 철회를 요청해 38명으로 줄이고, 그래도 토론에 나서겠다는 의원에게는 토론시간을 1시간 이내로 맞춰달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더민주는 국민의당 주승용 원내대표와 김관영 의원, 정의당 심상정 대표와 정진후 원내대표에게도 1시간 이내 토론을 요청했지만 정의당은 이를 수용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오후 7시께 시작된 의총에서는 지도부의 갑작스런 중단 결정에 반대하는 비판론이 쏟아졌다.

김용익 의원은 "총선에 불출마하니까 세게 이야기하겠다"고 포문을 연 뒤 "지지자들을 잘 설득해야 하는데 그러려면 정치를 해야 한다.

그런 관점에서 어제 중단 결정을 발표한 것은 빵점이다.

정치를 해야지, 왜 행정을 하느냐"고 성토했다.

사실상 공천에서 배제된 강기정 의원은 백의종군 입장을 밝힌 뒤 "지도부부터 내려놔야 한다"며 이 원내대표의 불출마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2일 기자회견을 열어 공천 배제에 대한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김광진 배재정 은수미 이학영 등 필리버스터 토론에 나선 의원들도 "어차피 그만둘 수밖에 없는데 왜 지지자들이 배신감을 느끼도록 갑작스럽게 중단했느냐", "출구전략을 잘 세워야 한다"고 지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의총을 앞두고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페이스북 글을 통해 "(필리버스터를) 이렇게 중단하면 오른쪽에서 박수를 치며 달려 올 것 같은가.

오른쪽으로 순항하기도 전에 '역풍'이 왼쪽에서 불어올 것"이라며 필리버스터 중단 반대 입장을 피력하기도 했다.

지도부에 대한 비판이 잇따르자 김 대표와 이 원내대표는 정리가 필요하다며 의총장을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의총이 길어질수록 출구전략을 잘 세워 퇴로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하나둘 늘어났다.

정청래 의원은 이 원내대표의 마지막 필리버스터 직전 의원들이 돌아가면서 본회의 연설대에 올라 짧은 소회를 밝히자는 아이디어를 냈지만 채택되지 않았다.

결국 이 원내대표가 필리버스터를 할 때 모든 의원이 본회의장에 참석하고, 무제한 토론 후에는 국회 로텐더홀에서 국민에게 중단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알리고 사과하는 '피날레 세리머니'를 갖기로 했다.

"총선에서 과반을 만들어달라. 그래야 악법을 고칠 수 있다"는 취지의 호소문도 내기로 했다.

이날 김 대표는 의총에 처음부터 참석해 지도부가 필리버스터 중단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는 사정을 설명하는 등 직접 총대를 맸다.

그는 "필리버스터가 긍정적 효과가 있었지만 선거 대비를 하려면 우리 지지자만 보고 선거를 할 수는 없다.

선거 결과에 대한 책임은 우리가 지는 것"이라고 호소했다.

또 "선거가 40여일밖에 안남아 필리버스터를 더하면 어려움이 있다"며 "그래서 종료하는 것이다.

지금은 원내대표가 결단할 때"라고 강조했다.

박영선 비대위원은 의총 도중 필리버스터에 참여해 국가정보원이 파놓은 이념 프레임의 함정에 빠지지 않기 위해 필리버스터를 중단할 수밖에 없다며 "국민의 노여움을 제가 다 안고 가겠다.

제게 분노의 화살을 쏘라"고 눈물로 호소했다.

(서울연합뉴스) 류지복 박수윤 기자 jbry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