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가 3일 채택한 대북(對北) 제재 결의안은 UN 역사상 비(非)군사적 조치 중 가장 강력한 제재안으로 평가된다. 중국과 러시아까지 동참한 대북 제재안이 통과함에 따라 국제 사회의 대북 압박 기류가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정부는 결의 통과 직후 성명에서 “이번 안보리 결의는 북한의 상습적인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을 더 이상 용납할 수 없으며 북한의 잘못된 셈법을 완전히 바꿔놓아야 한다는 국제 사회의 단호한 의지의 발현”이라고 밝혔다.
[UN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 중국·러시아까지 '북한 봉쇄'…비군사적 UN 제재로는 '역대 최강'
◆북한 지배층 정조준

이번 UN 대북 제재 결의안은 전문 12개항과 구체적인 대북 제재 조치 및 이행계획이 포함된 본문 52개항, 그리고 5개의 부속서로 구성됐다. 정부 당국자는 “70년 UN 역사상 전례 없이 방대한 제재안으로 북한의 ‘제반 측면(경제 사회 등 모든 부문)’에 심대한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결의안에는 △무기 거래 차단 △대량살상무기(WMD) 수출 통제 △대외교역 제한 △금융거래 차단 △제재 대상 추가 등 기존 안보리 대북 제재보다 대폭 강화된 조치가 포함돼 있다. 또 ‘북한 주민이 처한 심각한 고난(grave hardship)에 깊은 우려를 표명한다’고 북한 인권 문제를 제기하는 내용이 처음으로 담겼다.

핵·미사일 개발을 맡은 북한 원자력공업성, 국가우주개발국을 비롯해 김정은 정권의 ‘돈줄’을 쥔 39호실과 대외·대남 공작기관인 정찰총국도 새로 제재 대상에 올랐다. 조시 어니스트 백악관 대변인은 1일(현지시간) 정례 브리핑에서 “이번 결의안은 북한의 지배 엘리트층을 정조준하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은 지금까지 석탄과 금·희토류 수출을 통해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을 추진했고, 북한의 엘리트들도 재정적 혜택을 받아왔다. 광물 거래 제한 조치로 북한 지배계층이 충격을 받을 것이라는 게 백악관의 설명이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대북 결의안 채택 직후 공동성명을 내고 “이번 결의안은 대량살상무기 프로그램을 진전시키려는 북한의 노력을 차단하는 데 초점을 맞춘 강력하고 새로운 제재를 부과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국제 사회는 오늘 한목소리로 북한에 단순한 메시지를 보냈다”며 “북한은 위험한 핵무기 프로그램을 포기하고 주민들을 위해 더 나은 길을 가야 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 대북 제재 모두가 찬성 > 미국 뉴욕 UN본부에서 2일(현지시간) 열린 UN 안전보장이사회 전체회의에서 안보리 상임·비상임 15개 이사국 대표들이 손을 들어 북한에 대한 초강력 제재안을 담은 대북(對北) 결의
안 2270호를 만장일치로 통과시키고 있다. AP연합뉴스
< 대북 제재 모두가 찬성 > 미국 뉴욕 UN본부에서 2일(현지시간) 열린 UN 안전보장이사회 전체회의에서 안보리 상임·비상임 15개 이사국 대표들이 손을 들어 북한에 대한 초강력 제재안을 담은 대북(對北) 결의 안 2270호를 만장일치로 통과시키고 있다. AP연합뉴스
◆중국도 ‘북한 피로증’

러시아까지 미국과 중국이 내놓은 제재안 초안의 윤곽을 받아들이면서 대북 압박은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비탈리 추르킨 UN 주재 러시아 대사는 이날 “(제재안이) 100% 완벽하다고 할 순 없지만, 필요하다”고 밝혔다. 중국은 즉각 대북 금융제재 조치 이행에 들어갔다. 북·중 접경 지역인 랴오닝성 단둥의 중국 은행 관계자들은 2일 국내 취재진에 “북한 은행들과 달러·위안화 거래를 중단하라는 금융당국의 지시를 받았다”고 밝혔다.

중국의 대북 제재 결의안 동참은 더 이상의 핵·미사일 실험을 용인할 수 없으며 평양도 변화할 때가 됐다는 분명한 신호를 보낸 것으로 평가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이 북한을 압박하면 북한 계획경제를 붕괴 상태까지 밀어붙여 핵 개발과 경제 발전을 동시에 추진한다는 병진정책을 무력화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제재 품목에 포함된 석탄은 중국과 북한 교역의 40% 이상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의 국제 금융 시스템 접근이 봉쇄되면서 2005년 미국의 방코델타아시아은행(BDA) 북한 계좌 동결과 같이 외화 유입을 차단하는 효과도 예상된다.

UN본부=이심기 특파원/김대훈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