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 "더이상 신경쓸 필요없다…여진은 있는 거니까"
계파충돌 우려 여전…"정치적 음모" vs "결국 국민공천"


새누리당 현역 의원 40여명이 '물갈이' 대상으로 지목됐다는 이른바 '공천 살생부'가 실체가 없다는 잠정 결론이 내려지면서 일촉즉발의 상황으로 치닫던 당내 계파 갈등도 봉합 국면으로 들어갔다.

살생부설(說) 파문의 '진앙'이 됐던 김무성 대표는 1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3·1절 기념식 직후 기자들과 만나 이에 대한 질문에 "더이상 그런 데 신경 쓸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상황이 종료됐느냐'는 질문에도 "그렇다"고 잘라 말한 뒤 일부 친박(친박근혜)계 의원들의 비판에 대해 "여진이라는 게 있는 거니까"라며 개의치 않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전날 긴급 최고위원회의에서 살생부설에 대한 사과 표명과 당 클린공천지원단의 진상 조사를 요구했고, 이를 모두 받아들인 만큼 사태는 일단락됐다는 의미다.

두달도 채남지 않은 4·13 총선을 치러야 하는 상황에서 내분이 깊어지는 건 '공멸'로 이어질 수 있다는 위기감과 함께 여야 대치 정국에서 '적전 분열'의 모습을 보여선 안된다는 인식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당 안팎에선 친박계와 비박(비박근혜)계가 '명분'과 '실리'를 주고받는 선에서 타협점을 찾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친박계로선 비박계인 김 대표가 자세를 한껏 낮춰 자신의 '실언'을 인정하고 사태에 대한 책임을 통감했다는 점에서 당내 주도권의 우위를 갖게 됐다고 판단할 수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비박계가 주로 포함된 것으로 알려진 살생부가 사실무근이며, 특정인을 쳐내는 '명단'은 있을 수 없다는 결론으로 매듭지어진 것은 비박계의 소득으로 꼽을 수 있다.

한때 김 대표의 책임론에 목소리를 높이던 친박계와, 청와대·친박계의 음모론을 주장하던 비박계가 약속이나 한 듯 확전을 자제하는 모드로 들어간 것도 두 진영이 각각 이런 '셈법'을 염두에 뒀다는 것이다.

당 관계자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두 계파를 대표하는) 김 대표나 최경환 의원 모두 정치를 오래하신 분 아니냐"며 "이 정도 선에서 마무리하는 게 서로 좋다는 것에 암묵적으로 동의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정가에서 '찌라시(사설 정보지)'나 유언비어 수준으로만 돌던 살생부가 당내 경선을 앞두고 공론화되면서 친박·비박의 계파 충돌은 언제든 다시 촉발될 수 있다는 우려가 팽배한 것도 사실이다.

김 대표가 이날 '여진'을 거론한 것처럼 두 계파 소속으로 분류되는 의원들은 이날 최근 사태에 대해 서로 다른 견해를 제시하면서 맞섰다.

친박계 이장우 의원은 CBS 라디오에 출연, "정치적인 음모나 공작에 대한 단면이 느껴지는 부분이 있다"며 살생부설이 김 대표, 또는 그의 측근 그룹에서 만들어낸 게 아니냐는 의심을 거두지 않았다.

비박계 황영철 의원은 TBS 라디오에서 "(살생부라는) 구태 공천을 벗어나기 위해 국민공천이라는 개혁적인 공천안을 만들어 낸 것"이라고 이번 사태가 국민공천제의 당위성을 확인시켜준 계기라고 주장했다.

(서울연합뉴스) 홍정규 기자 zhe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