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단체, 청계광장서 '반대 집회'...보수단체, 정대협 등에 성명전

1일 '3·1절'을 맞아 서울에서 지난해 말 한일 외무장관의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합의에 반대하고 일본의 사과와 배상을 요구하는 집회가 진보성향 단체들을 중심으로 열렸다.

전국의 진보성향 시민·사회·여성·인권·종교단체들로 구성된 '한일 일본군 위안부 합의 무효와 정의로운 해결을 위한 전국행동'은 이날 오후 서울 청계광장에서 학생과 시민 등 1천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3·1 한일 일본군 위안부 합의 무효 전국행동의 날' 행사를 열었다.

이들은 이날 발표한 공동선언문에서 "자주와 독립, 평화를 위한 저항의 날인 3·1절을 맞아 3·1 저항정신을 되살려 일본의 침략전쟁에 대한 역사정의를 바로 세우고 피해자들의 존엄과 명예를 회복하기 위한 실천을 결의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작년 12월28일 한일 외교장관 합의가 "함량 미달의 합의"라며 한일 정부를 모두 비판했다.

이들은 "일본 정부가 과거 범죄를 부인하는 근거로 12·28 합의를 이용하는 동안 우리 정부도 유네스코 기록물 등재에 대한 지원을 철회하고 초등학교 교과서에서 위안부 내용을 삭제하는 등 반역사적·반인권적 행위를 서슴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위안부 피해자들이 수십 년 동안 거리에서 일관되고 요구했던 건 10억엔의 지원금이 아니라 일본의 공식적인 사죄와 법적 배상이었다며 "일본의 자금이 아닌 시민의 힘으로 '정의와 기억 재단'을 세워 지원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행사에서는 극단 '고래'가 위안부 피해 여성의 회한을 그린 연극을 무대에 올렸고, 시민·학생 등이 '위안부 문제의 진정한 해결'을 촉구하는 발언을 이어갔다.

참석자들은 행사를 마친 뒤 위안부 할머니의 넋을 달래려 망인의 넋을 받는 종이인형인 '넋전' 140여개를 들고 '소녀상' 이 있는 옛 일본대사관 앞까지 행진한다.

행사에 앞서 대학생 500여명은 서대문구 이화여대 인근 '평화비' 앞에서 '2016 대학생 3·1 독립선언'을 하고 청계광장까지 행진했고, '소녀상을 지키는 시민행동'이란 단체도 종로구 인사동 북인사마당에서 '위안부 합의'에 반대하는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위안부 협상에 반대하는 대학생들은 옛 일본대사관 '평화의 소녀상' 앞에서 이날로 64일째 노숙 농성을 이어갔다.

이에 대해 바른사회시민연대, 엄마부대봉사단 등 보수단체들은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가 위안부 할머니를 이용해 국론분열 책동을 벌이고 있다"며 "정말 위안부 할머니를 위한다면 할머니를 길거리 투쟁으로 내몰지 말고 한일 위안부 협상의 의의와 성과를 제대로 설명해 평화를 찾으시도록 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국민의 힘 이라는 단체도 '위안부 한일 협상 합의에 반대하는 단체들의 실체'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통해 정대협, 평화나비네트워크, 청년하다, 반전평화행동 등 4개 단체의 일부 간부가 북한을 방문했거나 가족들이 간첩단 및 반미관련 사건에 연루돼 구속된 전력이 있음을 열거했다.

그러면서 "위안부 피해자들을 이용해 반정부 투쟁 및 불법시위에 나선다면 법과 원칙대로 질서를 바로 세워 자유민주주의를 지켜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단체들은 "좌파 운동의 활동가들이 참여하는 정대협이라는 운동단체와 위안부 할머니들은 별개로 인식돼야 함에도 불구하고, 정대협이 위안부 할머니들의 이름을 내걸고 우리 정부의 대일 정책에 심각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서울연합뉴스) 김동규 기자 dk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