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버스터 강행하려던 이종걸에 일갈하며 물줄기 돌려
공천 전권 '옥새' 손안에…친노·강경파 누르고 '무혈 평정'
'김종인표 물갈이' 등 향배에 따라 긴장 요인 잠재


"원내대표가 이 선거판을 책임질 것이냐"

국회 본회의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의 중단 여부를 논의하기 위해 지난달 29일 소집된 더불어민주당의 심야 비상대책위 회의. 김종인 비대위 대표가 던진 이 한마디는 필리버스터 연장 입장을 고수하던 이종걸 원내대표를 일순 얼어붙게 했다.

"테러방지법에 독소조항이 많다는 사실이 국민에게 알려져 필리버스터에 가치를 두고 있다"며 필리버스터의 의미를 평가하면서도 "선거 전체를 봐야 한다.

정점에 있을 때 그만둘 줄 알아야 한다"면서 이 원내대표를 설득하던 와중에 나온 언급이었다.

김 대표는 "지금 국민들이 테러방지법으로 인해 울분에 차 있긴 하지만, 결국 문제는 먹고 사는 문제"라며 "먹고 사는 문제를 이야기해야 하는데 (총선 때까지) 시간이 없다.

저쪽(여권의) 프레임에 말려들어선 안된다"고 강조했다고 한다.

테러방지법 반대를 위한 필리버스터에 '올인'하다간 총선이 이념 대결로 흐르면서 결코 야권에게는 유리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략적 판단에서다.

김 대표와 이에 뜻을 같이한 비대위원들에게 '포위'된 이 원내대표는 결국 1일 오전 필리버스터 중단 선언을 하는 것으로 물러섰다.

강경파들의 반발 등을 감안, 이날 기자회견을 의원총회 뒤로 미루긴 했지만, '필리버스터 중단'이라는 큰 물줄기는 이미 되돌리기 어려워졌다.

김 대표는 이날 "오늘 중 차질없이 (필리버스터를) 끝낼 수 있도록 하라"며 상황을 꼼꼼히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표는 그동안 필리버스터 중단 시점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을 받을 때마다 공개석상에서는 "원내 소관이라 내가 말할 게 아니다"라고 말을 아껴왔지만, 선거구획정안 처리가 자칫 차질을 빚을 상황에 처하자 직접 '교통정리'에 나선 셈이다.

한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상대의 권한을 존중하면서도 그 권한의 가이드라인도 명확히 전달하는 스타일"이라며 "잘못하면 독선으로 비쳐질 수도 있지만, 특유의 치밀함과 카리스마로 분위기 조성과 사전 정지작업에 나서며 장악력을 발휘한다"고 말했다.

김 대표가 지난 1월 문재인 전 대표로부터 선대위원장직을 수락하며 "원톱이 아니었으면 오지도 않았다"고 했을 때까지만 해도 당내에서는 그의 '원톱 리더십'에 대해 반신반의하는 시선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한달여 흐르는 지금, 김 대표는 명실상부한 '김종인 천하'를 구가하고 있다.

현안이 있을 때마다 목소리를 높였던 강경파들도 물갈이의 파고 속에서 이전에 비해서는 몸을 낮추고 있어 '말도 많고 탈도 많던' 당이 김종인 체제 들어 모처럼 일사불란한 모습도 연출됐다.

'20% 컷오프' 및 강기정 의원에 대한 공천배제 후폭풍으로 지난달 26일 의원총회에서 숨죽이던 범주류가 강력 반발하긴 했지만, 김 대표는 전날 당무위에서 큰 논란이 표면화되지 않은 채 공천에 대한 전권을 위임받는데 성공했다.

'옥새'를 손안에 넣고 막강한 권한을 행사하게 된 셈이다.

문재인 전 대표도 공천혁신안 손질에 대해 "필요한 일"이라며 김 전 대표의 물갈이 드라이브에 일단 제동을 걸지는 않는 모양새다.

하지만 '김종인표 인적쇄신'의 향배에 따라 긴장은 언제든 고조될 수 있는 상황이다.

김 대표가 지난달 28일 비대위원장 취임 한달 기자간담회에서 "현실에 맞지 않는 추상적 가치에 대해선 단호히 변화를 추구할 수밖에 없다"며 당 정체성에 대한 일부 수정 입장을 재확인한 가운데 거침없는 그의 '입'도 자칫 내부 긴장관계의 도화선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서울연합뉴스) 송수경 기자 hanks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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