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년과 달리 국내 정치문제에 3.1절 기념사 절반 할애
대국민 직접정치로 국회심판론 역설…"국민 힘이 대한민국 바꿔놓을 것"
"어떠한 정치적 고난 있어도 4대 개혁 반드시 완수"


박근혜 대통령은 1일 "지금 대내외적인 어려움과 테러위험에 국민 생명과 안전이 노출된 상황에서 국회가 거의 마비되어 있다"며 "이것은 직무유기이자 국민들의 생명과 안전을 위험에 노출시키는 것과 다름이 없다"고 국회를 강력히 비판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세종문화회관에서 거행된 제97주년 3.1절 기념식에 참석, 기념사를 통해 "왜 우리 국민이 '민생구하기 서명운동'에 직접 나서야 했는지에 대해 (국회가) 국민의 소리를 들어야 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박 대통령은 올해 3.1절 기념사에선 절반가량을 국내 정치 문제에 할애해 노동개혁법안 및 테러방지법안 처리를 지연시키는 국회를 강력히 성토하면서 4대 개혁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이는 박 대통령 취임 이후 2013∼2015년 진행된 3.1절 기념사에서 주로 한일관계와 남북관계에 초점을 맞춰 대외적 메시지를 발신했던 것과 비교하면 이례적인 일이다.

특히 박 대통령은 이날 '국회의 직무유기'에 맞선 국민의 직접적인 행동을 "진실의 소리"로 비유했다.

박 대통령은 현재의 정치상황과 관련, "노동개혁과 서비스산업 육성을 비롯하여 우리 경제 체질을 개혁하고 수십만 개의 일자리를 만들 수 있는 혁신과제들이 아직도 기득권과 정치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박 대통령은 "우리가 또다시 나라 잃은 서러움과 약소국의 고난을 후손들에게 물려주지 않으려면 퇴보가 아닌 발전을 위해, 분열이 아닌 통합을 위해 이제 국민께서 직접 나서주시기 바란다"고 호소했다.

이어 "이럴 때일수록 국민 여러분의 진실의 소리가 필요하다.

나라가 어려움에 빠져있을 때 위기를 극복하는 힘은 항상 국민으로부터 나왔다"고 역설했다.

박 대통령은 "지역, 세대, 계층을 떠나 하나로 뭉쳐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어 가자"라며 "저는 추운 영하의 날씨에 가는 길을 멈추시고 민생살리기 서명에 곱은 손을 불으시면서 서명해주신 국민들의 힘이 대한민국을 바꿔놓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정치권에서도 지금의 정쟁에서 벗어나 호시탐탐 도발을 시도하고 있는 북한과 테러의 노출돼 있는 국민을 지키고, 대한민국을 지키는데 나서주실 것을 호소한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의 이같은 호소에는 노동개혁 법안 등 각종 개혁입법이 무산될 가능성이 커졌다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대국민 직접 정치와 국회 심판론이라는 프레임을 통해 19대 국회 마지막까지 국회를 압박해 나가겠다는 단호한 의지가 반영돼 있다는 분석이다.

이와 함께 박 대통령은 집권 4년차 공공·노동·교육·금융 등 4대 구조개혁과 경제활성화를 반드시 이뤄내겠다는 의지도 재차 천명했다.

박 대통령은 노동개혁을 "청년들을 위한 일자리 개혁"으로 묘사하면서 "청년들이야 말로 대한민국의 미래다.

지금 이들이 좌절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이어 "저는 어떤 정치적 고난이 있어도 경제혁신 3개년 계획과 4대 구조개혁을 반드시 성공적으로 완수하여 우리 경제의 튼튼한 기초를 확고히 다져 나갈 것"이라며 "정부는 우리의 미래를 위해 반드시 가야만 하는 개혁의 길을 국민 여러분과 함께 흔들림 없이 나아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박 대통령은 "경제 활력을 높이고 재도약하기 위해서는 이제 민간과 정부의 관계에 대한 생각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며 민간중심의 사후적 네거티브 규제 방식으로의 전환, 규제프리존을 통한 전략산업 핵심규제 철폐 등을 약속했다.

(서울연합뉴스) 정윤섭 기자 jamin74@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