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중앙통신 "CIA 연계단체 부추김과 미 행정부 묵인 하에 감행" 주장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 임박 상황서 대미 압력행사 포석


최근 북한에 억류된 미국인 대학생이 29일 평양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자신의 '범죄 행위'에 대해 사죄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통신에 따르면 미국 버지니아대 3학년 학생인 오토 웜비어(21)는 이날 회견에서 "양각도 국제호텔 종업원 구역에서 조선(북한) 인민에게 자기 제도에 대한 애착심을 심어주는 정치적 구호를 떼버리는 범죄를 감행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 임무를 미국 우애연합 감리교회로부터 받고 (미국 중앙정보국과 연계된) Z협회의 부추김과 미 행정부의 묵인 하에 범죄를 감행했다"며 "목적은 조선 인민의 투쟁 정신과 정열을 꺾어보려는 것으로서 매우 어리석은 짓이었다"고 말했다고 중앙통신은 보도했다.

웜비어는 이어 우애연합 감리교회 집사인 친구의 어머니 샤론 웨브와 미국 중앙정보국(CIA)과 '긴밀한 연계'를 지닌 Z협회가 자신을 "범죄에로 부추겼다"고 주장했다.

그는 웨브가 "(정치)구호를 없애버려 북조선 사람들의 단결과 정열을 약화시키고 서방에 의해 이 나라가 모욕 당하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며 "북조선의 중요한 정치구호를 하나 떼오면 그것을 자기 교회당에 '전리품'으로 걸어놓겠다"고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성공하면 1만 달러짜리 중고 승용차 한 대, 붙잡혀 돌아오지 못하면 교회가 자신의 어머니에게 20만 달러를 주겠다는 약속을 했다고 전했다.

조건은 "우애연합 감리교회를 절대로 노출시키지 않는 것"이었다고 했다.

그는 어려운 가정 형편 탓에 웨브의 제안을 "돈을 벌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여겨 지난해 12월29일 베이징을 거쳐 평양을 방문했으며 지난달 1일 "공화국에 반대하는 범죄를 감행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 행정부와 정치가들이 우애연합 감리교회를 이용해 추악한 수단과 방법으로 조선을 해치려고 하고 있으며, 감리교회는 여기에 편승해 공화국에 그리스도교를 퍼뜨리고 미 행정부로부터 더 큰 후원을 받을 목적"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여기에 Z협회 관계자의 협회가입 지원약속도 자신이 방북을 결심하게 된 계기였다고 웜비어는 설명했다.

그는 "Z협회 회원들 모두가 대학 졸업 후 수입이 높은 직업을 가지고 잘 살게 된다는 것을 알게된 후 협회 가입을 열망해왔다"고 말했다.

웜비어는 "미국에서 사전준비를 면밀하게 한 데 대해서와 조선을 반대하는 엄중한 범죄를 감행한 내가 평양에서 지금 공명정대한 법 절차와 인도주의적 대우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 행정부가 집요하게 떠들고 있는 조선의 '인권문제'가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 정부를 전복시키기 위한 위선적인 구실에 불과하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덧붙였다.

미국이 주도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결의 채택이 임박한 상황에서 이날 북한이 이런 내용의 기자회견을 연 것은 미국에 대한 압력을 행사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북한은 지난달 22일 웜비어를 "미국 정부의 묵인, 조종 밑에 반공화국 적대행위를 감행하다가 적발돼 현재 조사를 받고 있다"고 밝히면서도 구체적으로 그가 어떤 행위를 했는지 등은 설명하지 않았다.

(서울연합뉴스) 임은진 이상현 기자 hapyr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