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정청래 의원이 27일 새벽 국회 본회의장에서 테러방지법 저지를 위한 무제한 토론 17번째 주자로 나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의원이 27일 새벽 국회 본회의장에서 테러방지법 저지를 위한 무제한 토론 17번째 주자로 나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광진 첫 등단 이후 18명 연설…국민의당·정의당도 가세
이종걸 "이렇게 호응 받을줄 몰라…마음의 빚 덜게 됐다"
국회의장단 "체력적 한계" 호소…상임위원장 첫 의사진행
주말 불구 방청석 '만원'…방청 문의쇄도·일부 의원실 "조기마감"

테러방지법에 대한 야당 의원들의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이 주말인 27일에도 이어지면서 '100시간' 고지를 넘었다.

이날까지 닷새째 사회를 보며 회의를 진행해온 국회의장단은 체력적 한계를 호소하며 사상 처음으로 국회 상임위원장단에 본회의 의사진행 권한을 넘겼다.

정의화 국회의장은 이날 오전 9시께 "23일부터 의장석을 지켜왔으나 체력적 한계를 느끼지 않을 수 없다.

부득이 잠시간 본회의 의사진행을 부탁한다"며 국회 환경노동위원장인 더불어민주당 김영주 의원에게 의사봉을 넘겼다.

정 의장은 17번째 주자로 연단에 올라 발언 중이던 더민주 정청래 의원에게 "양해해달라. 끝까지 경청하지 못하고 의장석을 떠나게 돼서 죄송하다"고 말했다.

이에 정 의원은 "의장이 자초한 육체적 피곤을 버틸 수 없어서 결국 국회법에 (관련 조항이) 없는(데도) 의장단 이외의 분에게 사회권을 넘길 수밖에 없는 국회 본회의장 비상사태를 맞은 게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새누리당 김정훈 정책위의장도 논평을 내고 "국회법 어디에도 국회 상임위원장이 본회의 사회권을 행사할 법적근거는 없다"며 "정 의장은 헌정사상 초유의 위법행위를 조성하지 말고 즉각 상임위원장 사회를 중단시켜 주기를 바란다"고 요구했다.

이런 의견이 반영된 듯 이날 저녁 사회를 본 이석현 국회부의장은 "오늘은 의장단 3명이 교대하다보니 상당히 힘이 드는 점도 있지만 낮에 상임위원장들이 거들어줬다"면서 "그런데 여야 합의가 있었는지 이제 그렇게 못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정청래 의원은 이날 오전 4시 41분 연설을 시작한 뒤 11시간 39분 뒤인 오후 4시 20분 연단에서 내려오면서 같은 당 은수미 의원이 지난 24일 기록한 국회 본회의 최장발언 기록 10시간 18분을 경신했다.

정 의원으로부터 바통을 넘겨받은 더민주 진선미 의원은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국민이 알고, 믿고, 통제할 수 있는 튼튼한 테러예방 시스템"이라며 국정원에 광범위한 정보수집권한을 부여하는 법안의 위험성을 지적했다.

지난 23일 오후 7시 6분 김광진 의원이 시작한 필리버스터는 이날 진 의원이 오후 11시 6분이 넘도록 이어가면서 총 100시간을 돌파했다.

이종걸 원내대표는 100시간 돌파에 대한 성명을 내고 "역사의 심판을 받겠다는 비장한 마음으로 시작할 때는 이렇게 호응을 받을 줄 몰랐다"면서 "지금 이 순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로서 남다른 감회를 느끼고 있다"고 밝혔다.

이 원내대표는 지난 23일 의원총회에서 필리버스터를 제안하게 된 배경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의 통치 스타일이 부친을 닮는다는 생각에 박정희 시대를 다시 공부했다"며 "그러면서 김대중 대통령이 의원 시절에 박정희 정권의 폭주에 항거하기 위해서 시도했던 필리버스터에 대한 기억이 자연스럽게 떠올랐다"고 설명했다.

이어 "필리버스터가 의원님들이 그동안 쌓으셨던 내공을 직접 펼쳐 보여주실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는 점에서 제가 백분지 일이라도 마음의 빚을 덜게 됐다.

우리 당과 지지자들께도 조금은 면목이 서게 됐다"고 말했다.

진 의원 뒤로는 더민주 최규성 박혜자 오제세 등 10명의 의원들이 발언 신청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국민의당 권은희 최원식 의원도 토론을 신청하는 등 그동안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던 국민의당도 다시 동참했다.

한편, 이날은 주말인데도 필리버스터를 직접 보겠다고 국회 참관을 신청한 사람들이 몰리면서 본회의장 방청석이 가득 찼다.

일부 의원실에도 방청신청이 쇄도했다는 후문이다.

서울 종로가 지역구인 정세균 의원실은 "필리버스터 참관 문의 폭주로 방청권 확보가 불가능해 부득이하게 조기 마감 합니다"라는 공지를 트위터에 띄웠고, 진선미 의원실도 페이스북에 "2월 27일자 오늘 방청권은 모두 소진됐다"고 올렸다.

필리버스터를 생중계하는 국회방송은 더민주 김용익 의원 등의 요청으로 수화통역사 5명을 배치, 이날 오후부터 수화통역을 제공했다.

더민주는 24시간 근무를 이어가는 경호원과 속기사 등 국회 사무처 직원들에게 과일과 견과류 등을 선물로 건네며 이들의 노고를 격려하기도 했다.

(서울연합뉴스) 김동현 기자 blueke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