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심각한 강기정 > 테러방지법의 국회 본회의 의결을 막기 위한 야당의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가 계속된 25일 공천 배제 대상이 된 강기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본회의장을 떠나고 있다. 연합뉴스
< 심각한 강기정 > 테러방지법의 국회 본회의 의결을 막기 위한 야당의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가 계속된 25일 공천 배제 대상이 된 강기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본회의장을 떠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은 20대 총선에서 자당 소속 3선인 강기정 의원의 지역구(광주 북갑)에 전략 공천을 추진한다고 25일 발표했다. 범(汎)친노(친노무현)인 강 의원을 공천에서 배제하겠다는 것으로,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직접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날 통보된 10명의 컷오프(공천 배제) 명단에도 다수의 친노계가 포함돼 있어 “김 대표의 본격적인 친노 솎아내기가 시작됐다”는 분석이 당 안팎에서 나온다.

정장선 당 총선기획단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광주 서을과 북갑 두 곳을 전략공천 지역으로 선정하도록 당 전략공천위원회에 요청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서을은 천정배 국민의당 공동대표, 북갑은 강 의원 지역구다.

공천관리위 측은 지난 20일 경쟁력 여론조사 결과 등을 들어 강 의원에게 불출마 선언을 요구했으나, 강 의원이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5일 YTN-엠브레인 여론조사를 보면 북갑에서 강 의원과 국민의당 소속 김경진 변호사가 맞붙을 경우 지지율이 각각 33.8%, 52.3%로 김 변호사가 18.5%포인트 앞선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홈페이지(www.nesdc.go.kr)를 참조하면 된다.

< “햇볕정책 유효시점 지나” >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25일 광주 시의회에서 “북한이 핵을 갖지 않았던 시점에는 햇볕정책이 유효했지만 지금 대북정책은 진일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 “햇볕정책 유효시점 지나” >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25일 광주 시의회에서 “북한이 핵을 갖지 않았던 시점에는 햇볕정책이 유효했지만 지금 대북정책은 진일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이날 발표는 김 대표가 광주를 찾은 날 기습적으로 이뤄졌으며, 김 대표가 “오늘 발표하라”고 직접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강 의원은 “탈당의 광풍 속에서도 더민주를 외로이 지켜냈다. 더민주는 시스템 공천으로만 총선 승리에 다가설 수 있다”고 반발했다.

더민주는 다음주 초 현역 의원을 대상으로 한 정밀심사를 통해 ‘2차 물갈이’를 단행한다. 2차 심사는 경쟁력 평가와 윤리심사로 진행된다. 경쟁력 평가는 30여명이 심사를 받을 것으로 예상되며, 이와 별도로 진행되는 윤리심사는 당 윤리심판원에 제소됐거나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의원 등이 대상이다.

10인 컷오프가 문재인 전 대표 시절 마련된 공천 룰에 따른 ‘문재인표’ 공천이었다면, 2차 심사는 새로운 지도부 출범 뒤 이뤄지는 ‘김종인표’ 물갈이의 신호탄이라 할 수 있다. 김 대표는 그동안 계파주의 청산과 운동권 출신 의원들의 교체가 필요하다는 뜻을 여러 번 밝혔다. 김 대표는 이날 광주를 방문해 “김대중·노무현 정신을 이용해 기득권을 지키려는 과거 관행은 단호하게 끊어내겠다”고 했다.

10인 컷오프 명단에 여섯 명 정도의 친노계가 포함된 것을 감안하면 2차 심사에서는 더 많은 친노계가 ‘공천 학살’을 당할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전날 컷오프 명단에 들어간 문희상 유인태 노영민 신계륜 김현 임수경 의원 등이 친노나 범친노 그룹으로 분류된다. 강 의원 역시 운동권 출신의 범친노계다.

공천 배제자들의 지역구에 새롭게 영입된 인사들이 전략 공천을 받을 것이란 전망이 벌써부터 나온다. 강 의원 지역구인 광주 북갑에는 양향자 전 삼성전자 상무, 10인 컷오프에 포함된 전정희 의원 지역구(전북 익산을)에는 김병관 웹젠 이사회 의장 등의 이름이 거론된다.

더민주의 현역 물갈이가 가속화됨에 따라 야권 지형의 변화도 감지된다. 10인 컷오프에 포함된 홍의락 의원(비례대표)은 이날 탈당 기자회견을 하고 대구 북을에 무소속 출마하겠다고 했다. 대구 수성갑 예비후보인 같은 당 김부겸 전 의원은 “당 지도부가 홍 의원의 복당을 요청하지 않는다면 나 또한 중대 결심을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