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무제한토론 중단" vs "與 양보해야"…여야 테러법 이견 못좁혀
내일 선거구 획정안 넘어와도 표결 못하면 총선준비 차질 우려


테러방지법에 대한 야당 의원들의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으로 국회 운영이 차질을 빚는 '필리버스터 정국'이 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여야는 앞서 오는 26일 본회의를 열어 4·13 총선 선거구 획정안을 담은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처리하기로 합의한 만큼 정국 전환의 중대 고비를 맞을 것으로 보인다.

기존 합의대로 본회의에서 선거법을 처리하려면 더불어민주당이 무제한 토론을 중단하거나 새누리당이 더민주의 요구를 받아들여야 하기 때문이다.

새누리당 원유철, 더민주 이종걸 원내대표는 25일 오후 무제한 토론이 진행 중인 본회의장에서 만났으나 절충에 또 실패, 26일 오전까지는 대치 상황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무제한 토론이 계속돼 선거법 처리가 늦어지면 여야 모두 40여일 앞으로 다가온 4·13 총선 준비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

그러나 더민주의 기습적인 필리버스터에 반발하는 새누리당은 현재 본회의에 상정돼 표결을 기다리는 테러방지법 수정안(주호영 의원 제안)이 '마지노선'이라며 물러서지 않을 태세다.

논란의 핵심은 국가정보원의 대테러 조사 및 테러위험인물 추적권을 규정한 법 제9조와 이를 위해 도·감청을 허용한 부칙 제2조다.

더민주는 이 두 조항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인 반면 새누리당은 두 조항을 살려두되, 보완책으로 국정원이 조사·추적권을 행사할 경우 국무총리를 위원장으로 하는 국가테러대책위원회에 사전 또는 사후 보고하고, 대책위 소속 인권보호관이 이를 감시·견제한다는 내용을 수정안에 담았다.

수정안을 낸 주호영 의원은 현장조사, 문서열람, 시료채취, 자료제출·진술 요구 등 조사권과 테러위험인물이 어디서 누구를 만나는지 등을 감시하는 추적권을 빼면 "대테러 활동 자체를 전혀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9조가 관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칙 2조에 대해서도 "간첩 혐의가 있는 사람은 (한국인은 법원 영장을 받고, 외국인은 대통령 승인으로) 통신 감청을 하고 있으며, 여기에 테러위험인물을 추가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회법에 따라 필리버스터가 중단되면 테러방지법 수정안은 곧바로 표결에 부쳐진다.

새누리당은 획정안을 26일 처리하려면 필리버스터를 중단할 수밖에 없는 만큼 '시간은 새누리당 편'이라며 기존 입장을 완강히 고수하고 있다.

조원진 원내수석부대표는 연합뉴스와 만나 "야당은 국민 안전과 총선 예비후보자를 볼모로 정쟁에 몰두하고 있다"며 "필리버스터라는 '회전목마'에 올라탄 야당이 목마에서 내려오려면 좀 어지러울 것"이라고 꼬집었다.

더민주는 테러방지법에서 도·감청 등 정보수집 권한의 남용 소지를 방지할 장치를 마련하고 조사·추적권 조항을 삭제해야 법안 처리에 협조할 수 있다는 입장을 견지하면서도 '주호영안'보다 강화된 보완 내용을 담은 대안을 새누리당에 제안해 돌파구를 모색했다.

이목희 정책위의장은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국정원의 권력 남용과 인권 침해를 감시·감독할 수 있는 일정한 장치가 마련되면 법안 처리에 협조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지난 2013년 국회 국정원개혁특별위원회에서 여야가 합의했으나 법제화가 무산된, 현재 겸임 상임위인 국회 정보위원회의 전임 상임위화도 요구했다.

특히 더민주는 정의화 국회의장이 중재를 위해 제시한 의견을 새누리당이 받아들이라고도 했다.

정 의장의 의견은 통신 감청 허용 등을 한시적으로 하자는 내용으로 알려졌다.

더민주의 이 같은 움직임은 선거법 처리를 계속 늦추면서 필리버스터를 내달 11일 임시국회 종료 때까지 끌고 가기에는 정치적 부담이 적지 않은 데다 필리버스터에 대한 피로도도 염두에 둔 일종의 '출구전략'으로 해석된다.

더민주 원내 핵심 관계자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더민주는) 독소 조항들을 제거하자는 것"이라며 "우리가 물러설 수 있는 명분을 줘야 퇴로를 찾을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이처럼 더민주도 여당의 태도 변화를 촉구하며 무제한 토론을 중단할 조짐은 없다.

선거구획정위원회가 26일 획정안을 마련해 국회에 보내더라도 소관 상임위인 안전행정위에서 논의하는 절차가 남은 만큼 선거법이 본회의에 부의되는 순간까지 무제한 토론을 최대한 끌어가는 '벼랑 끝 전술'로 여당을 압박하겠다는 생각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여야는 무제한 토론과 선거법 처리를 놓고 26일까지 기 싸움을 이어갈 것이라는 관측이 고개를 들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홍정규 서혜림 기자 zhe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