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 알리는 최고 무기'…후보간 갈등의 원인으로
경기 화성·수원 등서 후보간 '현수막 다툼' 이어져


오는 4월 총선을 앞두고 예비후보들끼리 현수막을 두고 갈등을 빚고 있다.

현수막이 정치인들에게 가장 효과적으로 자신의 얼굴을 알리는 수단이어서 한 건물에서 위치싸움을 벌이는가 하면, 한 후보는 현수막에 여론조사 결과를 알려 경쟁자가 비난하고 나서는 일도 벌어졌다.

경기도 화성 동탄 센트럴파크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명당자리에 위치한 한 상가건물은 서로 다른 후보의 현수막이 덮여 있다.

이 건물 6층에 선거사무실을 차린 국민의당 화성을 예비후보 박지영 후보가 내건 현수막 옆에 이 선거구 현역 국회의원인 더불어민주당 이원욱 예비후보의 현수막이 나란히 자리했다.

지난달 18일 박 예비후보가 현수막을 내걸자 같은 날 이 예비후보측도 현수막을 설치하면서 '한 지붕 두 현수막'이 내걸리게 됐다.

그러나 현수막 게시 과정에서 마찰이 일어 경찰과 선거관리위원회가 출동하는 일이 벌어졌다.

이 예비후보측이 먼저 현수막을 걸려고 하자 박 예비후보가 크레인에 올라가 "우리가 현수막을 달 자리"라고 항의하면서 서너시간 동안 한치의 양보 없는 힘겨루기가 이어졌고 이 모습을 경찰과 선관위 직원이 증거로 수집했다.

결국 두 예비후보의 현수막을 건물에 반반씩 똑같이 나눠 거는 것으로 타협을 봤지만, 며칠이 지난 뒤 박 예비후보 현수막을 이 예비후보 현수막이 가리는 문제가 불거졌다.

박 예비후보측은 "이 예비후보가 현수막을 잘못 설치해 내 약력이 나온 부분을 가린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예비후보측은 "우리 현수막을 박 예비후보가 임의대로 떼어내 자신의 현수막 일부(약력부분)을 달고 나서 그 위에 우리 현수막을 다시 덮었다"며 "마치 우리가 박 후보 현수막을 처음부터 덮은 것 처럼 얘기한다"며 상반된 주장을 하고 있다.

박 예비후보는 "우리 현수막을 걸지 못하도록 건물 관리회사가 협박성 전화를 하는 등 이 예비후보측이 방해한 정황도 있다"고 주장하는 반면, 이 예비후보측은 "말도 안 되는 얘기로 자꾸 이슈를 만들고 언론플레이를 하려 한다"고 반박했다.

수원 장안에서는 새누리당 박종희 예비후보가 같은 당 김상민 예비후보가 내 건 현수막에 논평까지 내면서 비난했다.

김 예비후보가 선거사무소 건물에 '김상민 대 이찬열의원(더 민주)', '박종희 대 이찬열 의원' 간 가상대결 지지도 결과를 인쇄한 현수막을 건 것이 발단이 됐다.

현수막에는 서로 다른 두 언론기관에서 벌인 가상대결 결과를 그래프와 수치로 나타냈다.

박 예비후보는 지고, 김 예비후보는 이기는 내용이 담겨 있다.

그러자 박 예비후보가 논평을 통해 "김 예비후보가 기상천외한 내용으로 외벽 현수막을 교체했다.

조사기관이 다른 여론조사를 자신에게 유리하게 편집해 현수막에 도배했다"면서 "외벽 현수막에는 후보의 철학과 비전, 정책을 표방하는 것이 정상인데, 장안구민을 무시하는 짓이 아닐 수 없다"고 비난했다.

박 예비후보는 "이런 류의 현수막은 듣도 보도 못했다.구태정치의 극치를 보는 것 같다.'막장 현수막'은 정치불신만 가중시킬 뿐"이라며 선거관리위원회에 선거법 위반 여부 조사를 촉구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김 예비후보측은 "사전에 선관위에 문의해서 걸어도 된다고 확인을 받은 내용이라 선거법상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일축했다.

(수원연합뉴스) 김인유 기자 hedgeho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