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협상 쳇바퀴…속타는 예비후보들 '줄소송' 우려
23일 선거법 처리 안되면 선거관리 '빨간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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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 선거구 재획정 논의가 올해도 어김없이 벼랑 끝까지 내몰리고 있다.

4·13 총선이 50여 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여야 모두 각자의 정치적 셈법에 매몰돼 선거법 처리를 차일피일 미루고 있는 것이다.

선거구 획정 지연은 어제오늘 일만은 아니다.

매 총선 때마다 여야는 선거 직전에 이르러서야 가까스로 획정안을 타결해왔다.

지난 19대 총선(2012년 4월 11일) 때도 선거를 44일 앞둔 2월 27일에야 선거법 개정이 마무리된 바 있다.

최악은 지난 17대 총선(2004년 4월5일)으로 선거를 불과 37일 앞둔 3월9일에야 극적으로 처리됐다.

하지만, 올해에는 과거와는 상황이 달라 더욱 문제가 심각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선거구 획정의 구체적인 내용이 문제가 아니라 여야의 입법공방에 선거구 획정이 볼모로 잡히는 모양새가 펼쳐지고 있기 때문이다.

여야는 지난 수차례 협상에서 헌재의 재획정 결정을 존중하는 동시에 농촌 지역구 대표성을 살리기 위해 '지역구 253석, 비례대표 47석'을 골자로 하는 획정안에 공감대를 이뤘다고 밝혀온 바 있다.

광역별 의석 수와 인구산정 기준일 등의 일부 쟁점 협상이 남아있다고는 하지만 사실상 큰 줄기에서 보면 합의에 다다른 것과 다름없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노동개혁 등 쟁점법안의 동시통과를 주장하는 여당과, '선(先) 선거구 획정, 후(後) 법안 논의'의 입장을 고수하는 야당이 접점을 찾지 못하면서 선거구 획정 논의는 수개월째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이대로 가다가는 역대 총선 사상 가장 늦게 선거구가 획정되는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런 상황에 가장 애가 타는 것은 예비후보들이다.

무엇보다 선거구 조정 대상 지역에 출마를 준비해온 예비후보들의 경우 선거가 두 달도 남지 않았는데 여전히 운동장이 그려지지 않아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지역구가 조정대상이 아닌 경우에도 당내 경선 절차가 줄줄이 지연되면서 원외 예비후보들의 경우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지지·조직 기반을 확보한 현역 의원들과의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자칫 선거가 끝나고 선거결과에 불복, 선거무효 소송이 잇따를 수 있는 상황인 만큼 일각에서는 선거 일정 자체를 미뤄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한다.

정의화 국회의장도 19일 국민의당 안철수 공동대표를 만난 자리에서 "23일을 지나면 4·13 총선이 연기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여야는 일단 오는 23일 본회의를 선거구 획정의 데드라인으로 잡고 있으나, 현재까지의 협상 진행 상황을 볼 때 처리 전망은 밝지 않다.

이에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29일 본회의 소집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다.

2월 임시국회 안에만 처리해도 선거 연기와 같은 최악의 상황은 피할 수 있다는 계산에서다.

그러나 선거법 처리가 23일을 넘기면 중앙선거관리위의 선거관리에 상당한 차질이 빚어질 전망이다.

선관위는 오는 24일 재외선거인명부 작성을 시작해야 한다.

오는 23일 예정된 본회의에서 선거법을 처리하지 못할 경우 기존의 지역구대로 명부를 만들었다가 새 법이 공포되면 새 법에 따라 재작성을 해야 한다.

이와 관련 선관위는 21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일반 선거인명부와 달리 재외선거인명부는 선거구가 반드시 표기돼야 한다"면서 "일단 24일부터 작성을 시작하되 선거구 획정 후 수정을 해나가야 하는데 이 경우 비용도 문제지만 자칫 시간에 쫓겨 오류가 생길 위험성도 있다"고 전했다.

(서울연합뉴스) 류미나 기자 minary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