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지방의회는 상위법과 충돌하거나 규제 근거가 없는 조례 제·개정을 막기 위해 입법 전문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그러나 입법 전문성을 강화하는 방안에 대해선 의견이 갈린다.

지방의회는 지방의원들이 제대로 된 의정활동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유급보좌관제 신설을 통한 전문성 확보 방안이 필수적이라고 주장한다. 의원 혼자서 모든 의정활동을 수행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박래학 서울시의회 의장은 “서울시의원이 심의해야 하는 예산은 서울시와 시교육청을 합쳐 연간 39조원에 달한다”며 “그런데도 보좌인력은 한 명도 없다”고 주장했다.

광역의회 의원당 한 명의 유급 보좌관을 채용할 수 있는 내용을 담은 지방자치법 개정안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2012년 발의해 지난해 5월 안전행정위원회를 통과했다. 야당인 더민주는 유급보좌관제에 찬성하는 반면 여당인 새누리당은 ‘제도 도입은 아직 시기상조’라며 부정적이어서 법사위에 계류돼 있다. 지방의원들의 각종 비리 사건이 이어지면서 유급보좌관제를 도입하는 것에 부정적인 여론도 작용했다.

주무부처인 행정자치부도 지방의회 입법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전문 인력이 필요하다는 점은 인정하고 있다. 다만 유급보좌관제 대신 지방의회 상임위원회별로 6급과 7급 정책자문관을 한 명씩 배치하는 정책지원관제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의원 1인당 한 명씩 보좌관을 두는 유급보좌관제 대신 지방의원들의 입법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상임위원회별로 석·박사급 전문 인력을 뽑겠다는 것이다.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제주도를 제외한 16개 광역 시·도 의회 상임위원회는 103개로, 총 206명의 정책지원관이 배치된다. 제주도는 2006년 특별자치도로 지정돼 유일하게 도의회 정책자문위원제를 시행 중이다. 정책지원관의 평균 연봉은 각종 수당 등을 합치면 4000만원 수준이 될 것이라는 게 행자부 설명이다. 이를 포함해 정책지원관 운영비로 연간 100억원가량의 예산이 들어갈 것으로 추정된다.

행자부 관계자는 “의원 1인당 보좌 인력을 두는 유급보좌관제를 도입하면 연 400억원이 넘는 예산이 소요된다”며 “유급보좌관제의 4분의 1가량 예산으로도 입법 전문성을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