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핵실험이 백두산 화산 분화를 촉발할 것이라는 과학적 분석 결과가 나왔다.

홍태경 연세대 지구시스템과학과 교수는 17일 “북한이 강행한 1~3차 핵실험 지진파를 분석한 결과 핵실험으로 발생한 지진이 규모 7에 이르면 백두산 분화를 촉발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이 연구는 국제학술지 네이처의 자매지인 사이언티픽 리포트 최신호에 소개됐다.

본지 2016년 1월8일자 A6면 참조

국내외 지질 전문가들은 백두산 천지를 중심으로 지하 5㎞ 지점부터 35㎞ 지점까지 고온고압 상태의 뜨거운 마그마가 차 있는 방이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 마그마 방에 핵실험 등으로 발생한 압력이 가해지면 수증기를 머금은 공기방울들이 생성돼 올라오면서 마그마를 지표면으로 밀어올린다. 마그마가 가득 차 있고 백두산처럼 화산이 분출한 전력이 있으면 작은 압력으로도 화산이 분출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 분석이다. 홍 교수는 “백두산 마그마 위치와 북한 핵실험이 일어난 함경북도 풍계리 위치는 116㎞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며 “백두산 지하의 마그마 방에 마그마가 가득 차 있는 상태에서 지진이 압력을 가하면 화산 분화를 촉진하는 ‘트리거링’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연구진은 2006년과 2009년, 2013년 핵실험 때 관측된 지진파를 활용해 시뮬레이션한 결과 120킬로파스칼(kPa)의 압력이 가해지면 화산 분출이 예상된다는 결론을 얻었다. 이는 규모 7 정도 핵실험을 단행했을 때 전달되는 압력이다.

홍 교수는 “규모 7 아래에서도 조건이 갖춰지면 화산이 분출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박근태/마지혜 기자 kunt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