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성남 "有朋自遠方來, 不亦樂乎"…장예쑤이, 환영에 감사
韓, 안보리 '끝장 결의' 강조하며 中역할 거듭 촉구할 듯
'대화 강조' 中 태도변화 불투명…'사드 반대' 표명 가능성

북한의 4차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에 대응한 숨 가쁜 외교전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우리 정부와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에서 핵심 열쇠를 쥔 중국 간의 '외교차관 전략대화'가 16일 서울에서 개최됐다.

이날 전략대화는 임성남 외교부 제1차관과 장예쑤이(張業遂) 중국 외교부 상무부부장이 각각 수석대표로 참석한 가운데 오전 10시부터 서울 세종로 외교부 청사에서 열렸다.

지난달 6일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중국의 고위 당국자가 방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임 차관은 인사말에서 "'먼 곳에서 벗이 찾아오니 어찌 즐겁지 않으랴'(有朋自遠方來 不亦樂乎, 유붕자원방래 불역락호)라는 공자님 말씀이 생각난다"면서 "장 부부장은 저의 업무 카운터파트일뿐 아니라 저의 오랜 친구인 천나이칭(陳乃淸) 대사님의 남편분이기 때문"이라고 환영의 뜻을 표시했다.

임 차관이 북핵외교기획단장으로서 북핵 6자회담 차석대표를 맡고 있을 때 천나이칭 대사는 중국 외교부 한반도담당대사로서 카운터파트였고, 장 부부장은 천 대사의 남편이다.

장 부부장은 이 같은 환영에 감사를 표시했다.

임 차관과 전날 입국한 장 부부장은 전략대화 후 오찬을 함께 한다.

장 부부장은 오후에는 윤병세 외교부 장관을 예방할 예정이며, 청와대 김규현 외교안보수석을 만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전략대화에 우리 측에서는 함상욱 원자력·비확산외교기획관(국장급), 정병원 동북아국 심의관, 김용현 북핵외교기획단 부단장(심의관), 조구래 북미국 심의관 등이 배석했다.

중국 측에서는 추궈홍 주한중국대사를 비롯해 천하이 아주국 부국장, 스종쥔 국제국 부국장, 마셩쿤 군비통제국 참사관 등이 참석했다.

이날 의제가 될 북핵과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 한중관계, 중국 측이 제기할 것으로 보이는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관련 핵심 실무자들이 망라된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의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에 대응한 안보리 결의와 관련, 이번 전략대화가 중국 측의 더욱 적극적인 태도변화를 끌어내는 계기가 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부는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전략적 셈법을 바꾸도록 강력하고 실효적인 '끝장 결의(terminating resolution)'가 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며 중국 측의 건설적 역할을 거듭 촉구했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특히 '개성공단 전면중단' 결정을 설명하며 중국 측도 적극적인 대북제재에 동참할 것을 강조했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중국 측이 최근까지도 북핵 불용과 대화를 통한 해법을 강조해왔다는 점에서 제재수위에서 온도차를 보여온 기존의 태도에서 변화를 기대하기는 여전히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한중간 안보리 결의 논의는 향후 한중관계와 주한미군의 사드 배치 논란과 맞물려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 이후 중국 측이 보여온 미온적 태도로 그동안 순항하던 한중관계가 중대 시험대에 올랐다는 평가 속에 이번 전략대화에서 한중 양측은 서로 속내를 떠보며 향후 한중관계를 가늠할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 정부가 안보리 결의에서 중국 측의 적극적 역할에 방점을 찍고 있다면 중국 측은 사드 배치 여부를 리트머스 시험지로 여길 것이라는 분석이다.

중국 측은 전략대화에서 한미의 주한미군 사드 배치 논의 계획과 관련해 강력한 반대입장을 거듭 천명할 것으로 관측된다.

중국 측은 사드는 미국의 대중국 압박 일환이자 '중국의 전략적 안전이익을 훼손하는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한중 전략대화는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08년 12월 처음 열린 이래 매년 1회꼴로 개최됐으나, 2013년 6월 김규현 당시 외교부 1차관과 장 상무부부장의 6차 대화(중국 베이징) 이후 열리지 못하다 2년 8개월 만에 재개됐다.

우리 측은 그동안 전략대화 개최를 지속적으로 타진해 왔지만 외교부장의 외국 출장시 본국에 머물러야 하는 장 상무부부장의 직책 특성상 일정 조율이 쉽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연합뉴스) 이귀원 김효정 기자 lkw777@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