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핵무기 보유가 가장 우려스러운 것은 그 자체보다 북한 정권이 불시에 붕괴할 수 있다는 점 때문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미 외교협회(CFR)의 박성태 연구원은 13일 외교전문지 '내셔널 인터레스트' 기고를 통해 북한이 그들의 목표대로 안전하고 실행가능한 핵억지력을 개발할 경우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핵무기 보유국이 될 것이라면서 그러나 이는 북한의 김정은 정권이 비(非)이성적이기 때문이 아니라 그 정권이 사전 예고 없이 불시에 붕괴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박 연구원은 과거 핵무기가 가진 엄청난 파괴력이 역설적으로 핵전쟁을 억제해온 '핵억지 논리'를 지적하면서 쿠바 미사일 위기나 인도-파키스탄 분쟁, 베를린 위기 등 역사적 사건을 그 예로 들었다.

따라서 북한도 그들이 누차 주장한대로 자신의 안전을 내세워 핵무기를 개발하고 있는 만큼 북한이 자신의 안전을 위태롭게 하는 수준으로까지 악화를 시도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최악의 경우 자살공격까지 상정할 수도 있지만 자신의 파멸을 초래하는, 핵억지이론의 범주를 벗어나지는 않을 것이라는 추정이다.

박 연구원은 반면 북한이 갑작스러운 내부 붕괴에 직면할 수 있는 유일한 핵무기국이라는 점에서 정상적인 핵보유국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그는 우선 북한 정권 붕괴 전망은 잘못됐다는 비판론자들의 주장에 이의를 제기하면서 "아직 발생하지 않았다고 해서 앞으로도 발생하지 말라는 법은 없다"고 못박았다.

이란 이슬람 혁명이나 소련의 붕괴, 아랍의 봄 혁명 등은 모두 전문가들의 예측을 뒤엎는 것이었다면서 체제 불안에 따른 체제 붕괴현상은 분석가들의 상황 판단을 앞지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 연구원은 북한의 불시 붕괴 가능성으로 경제변화와 지도부내의 이반 현상을 지적했다.

북한은 지난 1994-98년 대기근 이후 암시장 확산 등 점진적으로 사회 변화를 보이고 있으며 북한 당국도 사회적 불안과 경제적 붕괴를 우려해 이를 단속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로 인해 북한에는 '암시장 세대'(black market generation)가 생겨났으며 90년대 기아를 통해 국가의 지원없이 독자적으로 생존하는 법을 터득한 이들 세대는 이전 세대보다 보다 독립적이며 기업적이고 김씨 정권에 덜 충성적이라고 그는 평가했다.

여기에 암시장을 통해 밀려드는 한국의 문화 등을 통해 북한 주민들이 외부 사정을 잘 알고 있으며 북한 정권의 통제를 벗어난 이 같은 조류는 비가역적이면서 북한 정권의 안정에 위해 요인이 되고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결국 김정은 정권의 일천함과 경험 부족으로 정권이 위에서부터 붕괴될 수도 있다고 전망한 박 연구원은 여기에 2011년 이후 최고위 관리 가운데 대략 20-30%, 군부 고위층의 40%가 교체된 대규모 숙청이 궁극적으로 김정은의 권력 기반을 위태롭게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처형의 위험을 느낀 지도부 상당수가 예방적 차원의 조치를 감행할 수 있으며 이 같은 엘리트 층과 사회, 경제적 수준에서 모든 요인을 감안할 때 북한 붕괴는 그 여부가 아니라 시기가 문제라고 그는 단정했다.

김정은이 혼란 상황에서 과연 핵무기를 확실히 통제할 수 있을 것인가? 또 지도부가 이 같은 상황에서 한미의 움직임을 포함해 정확한 상황 파악을 할 수 있을 것인가, 그들의 핵무기 사용 셈법이 달라질 수 있을 것인가 등은 정권 붕괴 과정에서의 주목할만한 주요 변수가 될 것이라고 박 연구원은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 유영준 기자 yj378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