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독출신 빈대학 교수 "폐쇄사회 내부를 들여다보는 정보窓도 닫은 셈"
"통독전 동독관광 서독인 보는 것만 해도 체제전복적 경험이었다"

개성공단이 북한을 안으로부터 변화시키는 '트로이의 목마' 역할을 할 것이냐 아니면 도리어 북한의 대남 볼모가 될 것이냐 하는 논쟁은 개성공단 역사 16년동안 늘 수면 밑에서 벌어져 왔다.

개성공단을 통해 북한으로 유입되는 자금의 핵·미사일 개발 전용 논란은 때때로 수면 위로 떠오른 데 반해 트로이의 목마냐 볼모냐 하는 논란이 '조용히' 진행된 것은 개성공단 찬성측도 트로이의 목마론을 공개 거론하기 어려운 점이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 2013년 북한이 개성공단의 '폐쇄'를 위협하고 공단 상주 남한 인원의 신변과 설비·자재·제품의 안전이 우려될 때는 공단의 `볼모' 성격이 더 부각됐다고 할 수 있다.

이에 반해 최근 한국 정부가 공단의 전면 중단 조치를 취한 데 대해, 오스트리아 빈 대학교의 뤼디거 프랑크 교수(동아시아 경제사회)는 개성공단의 트로이의 목마 역할에 더 주목해 한국측의 손실을 짚었다.

옛 동독 출신인 프랑크 교수는 직물, 신발, 시계 등 한국 사양산업 기업들의 일자리와 수입원으로서 개성공단의 경제적 가치 외에 "더 중요하게는, 개성(공단)은 거대한 (남한측) 선전 기구였다"고 강조했다.

그는 북한 전문 매체 '38노스'에 기고한 12일(현지시간)자 '개성공단 폐쇄: 응징인가 제 발등찍기인가'라는 제목의 글에서 개성공단과 북한의 다른 일반 공장의 노동환경을 비교해 "모든 것이 깨끗하고 밝고 현대적인 개성공단은 완벽한 (남한) 진열장이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공단측으로부터 급식과 간식을 제공받는 북한 노동자들은 "자신들이 불법적으로 본 한국 드라마들에서 목격한 게 진실이라고, 즉 남쪽은 풍요의 땅이라는 것을 믿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라는 것이다.

공단 내에선 화장실도 북한의 다른 지역에선 '위생실'로 불리는 것과 달리 남한 용어 그대로 '화장실'로 표기된 만큼 남한 언어도 북한에 '밀수'된 셈이라고 그는 지적했다.

십수년에 걸쳐 북한의 젊은 노동자 수십만명과 매일 직접 접촉하는 데서 얻을 수 있는 북한 폐쇄사회의 내부에 대한 "체계적이고 값진 통찰"도 개성공단이 산출해온 무형의 남한측 수입이었다.

"그들이 무슨 음악을 좋아하는지와 같은 겉으론 비정치적인(innocent) 정보에서부터 그들의 행복도가 어떠한지와 같은 좀더 실질적인 정보들까지 지속적으로 한국 정보기관에 흘러들어가 북한 내부 분위기를 파악하는 지표 역할을 해왔다"는 것이다.

프랑크 교수는 개성공단이 "공식적인 대화를 할 수는 없지만 긴장고조를 막거나 양자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긴급한 대화가 필요한 상황"에선 남북간 비공식 대화 창구 역할을 해온 점도 지적했다.

그는 개성공단을 통해 북한에 들어가는 돈이 핵과 미사일 개발에 사용된다는 논리라면 중국과 서방 나라 국민들의 북한 관광도 금지해야 하지만 그것이 "좋은 생각일까?" 반문하고 "동독 출신으로서 내가 거듭 말할 수 있는 것은, 독일 통일전 (동독인으로서) 서독인들을 접촉하는 경험은 물론 그냥 바라보는 경험만 해도 (동독 체제에) 매우 파괴적인 것이었다는 점"이라고 상기했다.

대북 무역을 통해 "종국적으로 북한 시장에 흘러들어가는 돈은 북한 경제의 비국가 부문을 발전시키고 지난 10여년간 성장해온 신흥 중산층을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점도 잊지 말자"고 덧붙였다.

민간 영역과 중산층이 북한 사회 내부의 변화를 요구하고 촉진하는 세력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는 남한이 개성공단으로부터 취해온 경제적 이득 외에 "정치적, 정보 측면의 이득" 등도 종합적으로 감안할 때 개성공단 포기는 "득보다 실이 많다"며 서해와 비무장지대에서 군사충돌이나 새로운 무기 실험 등 북한의 보복조치들을 예상할 때 "얘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윤동영 기자 yd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