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미사일 발사 위협에 맞서 한·미 양국 군이 대응 수위를 높이고 있다. 미국에 있는 패트리엇 1개 포대가 수송기에 실려 한국에 온 데다 3월7일부터 4월30일까지 시행되는 한·미 키리졸브·독수리훈련은 역대 최대·최첨단 규모로 진행된다. 군당국은 북한의 4차 핵실험과 6차 장거리 미사일 발사에 이어 사거리가 6700~1만㎞ 수준으로 추정되는 ‘KN-08’ 미사일의 실전배치를 위해 시험 발사에 나설 수 있다는 예상에 따라 대비책을 마련하고 있다.

주한미군은 지난 13일 미 텍사스주에 주둔 중인 제11방공포여단 43방공포연대 1대대 D포대가 북한 도발에 대한 대응 차원에서 시행하는 ‘긴급 전개(展開) 대비태세 연습’을 위해 수송기에 실려 지난 8일 한국에 들어왔다고 밝혔다. 8기의 패트리엇-3를 보유 중인 D포대는 오산 공군기지에 주둔한 미 35방공포여단과 함께 유사시 북한군이 쏘는 단·중거리 미사일을 고도 15~30㎞에서 요격하는 방어훈련을 하고 있다.

주한미군은 패트리엇 2개 대대(96기)를 갖고 있다. 미군 관계자는 “D포대는 훈련을 마치고 미국으로 되돌아간다”며 “대북 억제력을 위해 폭격기, 항공모함과 같은 전략자산처럼 패트리엇 포대도 언제든지 필요하다면 긴급 공수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주한미군은 최근 북한의 핵미사일 저장고를 모방해 경기 북부지역에 만든 동굴에서 숨겨진 우라늄을 찾아 수거하는 연습을 했다. 미군은 2014년부터 한반도 유사시 북한 핵시설에 보관된 장비와 핵원료를 장악하기 위한 훈련을 하고 있다. 군 관계자는 “미군은 북한의 영변 핵시설을 무력화하고 핵무기를 쓰지 못하도록 선제 대응하기 위해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정례적인 훈련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북한은 탄도미사일과 방사포 등 모든 발사체를 총괄하는 전략군 예하에 ‘KN-08 여단’을 편성한 것으로 전해졌다. KN-08은 2012년 4월15일 김일성 100회 생일 기념 퍼레이드에서 처음 공개됐다. 제임스 클래퍼 미국 국가정보국장은 지난 9일 상원 정보위원회 출석에 앞선 서면 증언에서 “북한은 단거리 탄도미사일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에 이르기까지 탄도미사일의 크기와 정교함을 발전시켜왔다”며 “(북한은) 이동식 ICBM인 KN-08까지 과시했는데 시험비행이 충분히 되지 않았음에도 초기 배치 단계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군 관계자는 “KN-08은 2013년 2월 엔진 작동시험을 한 것 외에는 단 한 차례도 발사시험을 하지 않아 구체적인 성능은 베일에 싸여 있다”며 “탄두가 대기권으로 다시 들어오면서 발생하는 6000~7000도의 고열을 버틸 수 있는 ‘재진입체’ 개발 기술을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진 북한이 난이도가 매우 높은 이동식 ICBM을 발사할 수 있으려면 상당한 기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최승욱 선임기자 swchoi@hankyung.com